이병완 비서실장이 청와대를 떠난 지 6개월 만에 화려하게 돌아왔다. 이병완 전 홍보수석의 비서실장 기용은 25일로 임기 반환점을 돈 노무현 대통령이 임기 후반을 맞아 국정 구상을 보다 적극적으로 실현시키자는 의미가 담겨있다. 특히 10월 재보선과 내년 5월 지방선거 등 정치일정이 대기하고 있는 것을 감안하면 그의 기용은 노 대통령이 강력한 친정체제를 구축하고 있다는 해석도 가능하다.
김우식 전 비서실장이 실무ㆍ관리형이라면 신임 이병완 실장은 기획ㆍ정무통. 전임 실장이 보수층을 폭 넓게 아우르면서 참여정부 컬러에 대한 세간의 선입감을 잠재웠으나 정무적 감각이 뒤떨어지고 장악력에 한계가 있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신임 이 실장은 집권 후반기 비서실장에 요구되는 정무ㆍ정책능력을 두루 갖춘 인물로 노 대통령의 두터운 신임을 바탕으로 ‘학습’과정 없이 노 대통령의 국정철학과 구상을 실현하는 데 제격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그는 참여 정부 출범에 깊숙이 개입했으며 대통령직 인수위 간사, 비서실 기획조정ㆍ정무기획 비서관, 홍보수석 등을 거쳐 비서관 출신의 첫 비서실장이라는 진기록을 남기고 있다. 또 서울경제신문 기자시절 청와대를 출입한 경험도 있어 청와대 출입기자의 청와대 비서실 접수라는 이색 기록도 화제다.
청와대 비서진 내부의 역학관계 변화와 비서실 개편 가능성도 예상된다. 비서실장 자리는 직제상 수석을 지휘하지만 이 실장이 수석을 ‘통제’할 것 같지는 않다. 노 대통령은 명목상 비서실장에 총괄 관리권을 부여하겠지만 청와대 참모진용을 실장-수석간 역할분담으로 운용할 것으로 예상된다.
청와대 비서실 역학관계가 이병완 비서실장, 김병준 정책실장, 문재인 민정수석 등 3인방의 체제로 변화할 것이라는 관측이다. 이 실장이 정무적 관점에서 비서실 전체를 총괄한다면 김병준 정책실장은 국정 장단기과제를 챙기는 업무분장이 예상된다. ‘왕수석’인 문재인 민정수석의 지위에는 흔들림이 없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참모진 역학관계의 변화로 10월 재보궐선거 출마가 예상되는 이강철 시민사회수석등 일부 참모진의 교체도 점쳐지고 있다.
이병완 실장이 정무통이라지만 여당내의 기반이 약하고 야당에게는 ‘강성인물’로 꼽힌다는 점은 그가 극복해야 할 과제다. 이 실장은 노 대통령의 후반기 최대 과제로 꼽고 있는 정치개혁의 전도사 역할을 맡게 될 것이지만 청와대가 당정분리 원칙을 견지하는 상황에서 여권과의 가교역할을 제대로 해내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대립적 대야관계 해소에 다소 한계가 있을 것이라는 지적도 적지 않다.
언론과의 관계도 관심거리다. 청와대는 언론인 출신의 이 실장이 경쟁과 협력의 새로운 언론관계를 정립할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다. 노 대통령도 지난 23일 지방신문사 편집국장과의 간담회에서 “앞으로 정부 권력과 언론 사이의 대화는 좀 부드러워야 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 실장은 YS정권 당시 언론인으로서 필화(筆禍)를 겪기도 한 ‘반골’이지만 정작 홍보수석 시절 언론과의 관계가 썩 매끄럽지는 못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