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아모레퍼시픽 주당 500원 액면분할

"기업가치 자신있다" 서경배 통큰 결단

다른 고가주 동참땐 자금유입 확대 기대

개인 투자 늘어 유통량 10배 증가 예상



'황제주'인 아모레퍼시픽(090430)이 3일 액면분할을 발표하자 주식시장에서는 서경배 아모레퍼시픽 회장이 기업가치에 대한 확신을 갖고 내린 결단이라고 평가했다. 업황과 기업실적이 워낙 좋은 상황이기 때문에 액면분할을 통해 투자자 저변이 확대되면 향후 주가에도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전망된다. 또 다른 우량 고가주들도 아모레퍼시픽을 뒤따라 액면 분할에 동참하면 증시 전반으로의 자금 유입도 확대될 가능성이 높다.

아모레퍼시픽과 아모레퍼시픽그룹은 3일 아모레퍼시픽·아모레퍼시픽우(090435)·아모레G(002790)·아모레G우(002795) 등 4개 종목의 주당 액면가를 5,000원에서 500원으로 액면분할한다고 밝혔다. 액면분할이란 주식의 액면가를 일정한 비율로 나눠 주식 수를 늘리는 것이다. 예를 들어 이날 종가 기준 아모레퍼시픽 보통주 1주당 가격은 286만 원이지만 액면분할을 거치면 28만6,000원으로 낮아진다. 반면 유통 주식 수는 1주에서 10주로 늘어난다. 전체 시가총액은 그대로지만 1주당 가격은 지금보다 10분의1 수준으로 싸지고 주식 수는 10배 증가한다는 얘기다. 그동안 이들 주식은 유통물량은 적은 데 반해 매수 수요가 늘어나면서 주가가 고공행진을 해왔다. 아모레퍼시픽의 유통 물량은 기관 보유 물량을 포함해도 15%에 못 미친다. 최대주주와 특수관계인이 49.34%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외국인과 국민연금도 각각 28.9%, 8.10%를 갖고 있다. 아모레퍼시픽의 최근 3개월 평균 거래량(1만2,700주)은 총 발행주식 수의 0.16%에 불과하다. 같은 기간 아모레퍼시픽G의 하루 평균 거래량(1만5,832주)도 0.27%에 그쳤다. 하지만 액면분할을 하게 되면 '남의 떡'이나 다름없던 아모러페시픽 주식을 개인 투자자들도 살 수 있다는 의미다.


이번 액면분할로 주식 유동성이 증가하면 중장기적으로 주가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게 증권가의 대체적인 평가다. 한 애널리스트는 "그동안 아모레퍼시픽의 주가가 급등하면서 유동성에 대한 회사 측의 고민이 컸을 것"이라며 "서 회장이 향후 기업 실적 전망에 대한 자신감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300만원짜리 주식이라는 상징적인 숫자에 미련을 두지 않고 결단을 내린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아모레퍼시픽의 지난해 매출은 3조8,740억원으로 전년 대비 24.97%, 영업이익은 5,640억원으로 52.43% 늘어났다. 거래소의 한 고위관계자는 "아모레퍼시픽 계열 주가가 오른 것은 비싼 가격과 함께 유통 물량이 적은 데 따른 수급 불균형 때문"이라며 "동안 주가 매입에 나서지 못하던 개인도 아모레퍼시픽 주식을 살 수 있어 거래 활성화에 도움을 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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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고가주를 액면분할하면 거래량과 주가상승에 도움을 주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11월 상장 전 액면분할을 실시한 삼성SDS는 상장 이후 8일 동안 주가가 42만8,000원까지 오르며 공모가(19만원) 대비 125% 올랐고 12월 상장 전 액면분할한 제일모직 주가는 9일 만에 공모가(5만3,000원) 대비 223% 오른 17만1,000원을 기록했다. 연기금 등 기관투자가의 경우 투자 포트폴리오 구성할 때 유동성과 환금성이 높은 종목을 선호하기 때문에 액면분할이 기관 참여를 유도한다는 분석도 있다.

이번 아모레퍼시픽의 액면분할 결정은 다른 황제주들의 움직임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아모레퍼시픽이 국내 유가증권시장의 대표적인 황제주로 액면분할의 바로미터 역할을 해온 점을 감안할 때 다른 기업들도 동참할 가능성이 높다. 현재 주가 50만원 이상의 고가주에는 아모레퍼시픽과 롯데제과·롯데칠성·삼성전자·영풍·태광산업·오리온·남양유업·LG생활건강·롯데푸드·NAVER·오뚜기·KCC 등이다.

국내 증시 자금 유입의 마중물 역할을 할 것이라는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그동안 아모레퍼시픽은 비싼 주가와 적은 유통 물량 탓에 개인투자자들의 접근이 사실상 어려웠다. 하지만 액면분할 후 신주가 변경 상장되는 5월부터 주가는 10분의1로 줄고 유통량은 10배 늘기 때문에 개인의 접근성은 지금보다 더욱 개선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이번 결정은 롯데제과와 롯데칠성·삼성전자 등 다른 고가주들의 액면 분할 움직임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서민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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