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때 정의가 승리한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꼭 정의가 승리하는 것은 아니더군요. 그렇지만 이제는 알고 있습니다. 정의로운 것이 승리하기가 쉽지는 않겠지만, 그렇다고 승리할 확률이 낮은 것도 아닙니다. 당연히 이길 거라고 생각했거나, 반대로 당연히 질 거라고 생각했으니 패배가 더 크게 느껴지는 것이지요. 자만도 좌절도 할 이유가 없습니다. 이기고 지는 것이 아니라 우리는 계속 배우고 있는 것입니다. 그럴 때 앞으로 계속 나아갈 수 있습니다.'
책에서 읽을 수 있는 국회의원 심상정의 요즘 생각이다.
한 사회의 진보가 어떤 위치에 있는지를 보면, 그 사회의 미래를 알 수 있다. 왜냐하면 진보는 가장 아픈 곳을 함께 하며, 상식과 원칙을 지키려고 애쓰는 이들의 이름이기 때문이다. 진보를 '거대한 소수'라고 부르는 이유가 바로 이것이다.
진보와 보수를 막론하고 누구나 인정하는 정치인 심상정. 오늘의 한국을 만든 '일하는 이들'과 함께 25년 동안 노동운동을 해왔으며, 민주노동당 비례대표 1번으로 국회에 들어간 후 한국 진보 정치의 뜨거운 국면마다 한복판에 서 있었던 그가 책을 내놓았다. 그가 지난 10여 년의 진보 정치를 돌아보며, 진보를 둘러싼 숱한 편견, 오해, 한계에 대해 솔직하게 대답하는 형식이다.
그와 함께 진보의 실패와 성공의 과정을 따라가다 보면, 정치의 본질, 진보의 존재 이유, 한국의 시민들이 가져야 하는 긍지, 그리고 우리가 포기해서는 안 되는 원칙과 희망을 생각하게 된다.
무엇보다 이 책은 앞으로 부상할 한국 사회의 주요 의제들을 짚어내고 있다. 정치와 노동운동과의 새로운 관계 형성, 사회경제적 민주화와 복지국가를 위한 플랜, 사회민주주의라는 진보의 전략, 다양한 정치 세력과의 연대 등에 대한 깊이 있는 고민이 담겨 있다.
저자는 오늘날 진보가 마주하고 있는 현실에 대해"우리는 지고 있는 것이 아니라, 나아가고 있고, 배우고 있는 것"이라고 말한다. 책은 지금보다 조금이라도 더 나은 미래를 바라는 모든 이들을 위한 용기 있는 정치 교과서인 셈이다. 1만4,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