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부실채권시장] '외국인 잔치' 우려

시중은행들이 기업구조조정에 따라 급증하는 부실채권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전담 자회사를 앞다퉈 설립하고 있으나 합작선인 외국인 투자자만 배불려줄 것이라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한빛은행이 지난 25일 합작 파트너로 론스타펀드를 선정한데 이어 조흥, 국민, 기업은행도 부실채권 정리사업에 진출할 채비를 서두르고 있다. 산업은행은 최근 JP모건과의 합작이 무산되자 새로운 파트너를 물색하고 있다. ◇목표수익률 30% 이상 보장 요구= 26일 금융권 고위 관계자는 『국내 진출해있는 외국계 금융사 대부분이 부실정리회사 합작조건으로 30% 이상의 목표수익률을 요구하는 바람에 국내 은행들이 궁지에 몰리고 있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전담회사를 합작으로 세워 부실채권투자 수익률이 높아지면 은행도 그만큼 이익을 챙기지만, 수익률이란게 부실채권 매각가격을 얼마나 깎느냐에 따라 결정되기 때문에 해당 은행은 큰 손해를 볼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시중은행들이 외국 금융사와 공동으로 세우는 부실정리 전담기업은 페이퍼 컴퍼니 형태의 자산유동화회사(SPC)로, 해당 은행으로부터 부실채권을 할인된 가격에 인수받은 뒤 이를 담보로 주식이나 채권(ABS)을 발행해 투자자에게 팔아 자금을 회수하게 된다. 외국 투자자는 부실채권 할인가격에 상응하는 자금을 현금 출자한다. ◇외국계가 마켓 메이커= 따라서 외국계 합작사는 부실채권 가격을 짜게 매길수록 출자부담이 줄어들고, 나중에 자금을 환수할 때도 높은 수익을 거둘 수 있다. 반면 시중은행으로서는 부실채권을 헐값에 넘겨 거액의 매각손을 부담해야 하므로 「생살을 떼어내 장사밑천으로 삼는 것」과 다름없다. 산업은행 관계자는 『우선협상 대상자였던 JP모건이 턱도 없는 할인율을 완강하게 고집하는 바람에 합작이 무산됐다』며 『이제부터는 가장 좋은 가격조건을 제시하는 외국사를 기준으로 파트너를 잡을 것』이라고 말했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부실채권 처리시장을 주도하는 세력이 외국계 투자은행이나 펀드 일색이어서 국내 유일의 부실채권 인수기관인 성업공사조차 이들에게 팔고 있는 실정』이라며 『이들의 마켓 메이커로서의 위치가 워낙 확고해 협상이 어려운게 사실』이라고 설명한다. ◇환리스크까지 덤터기= 한 종금사 임원은 『외국계 금융사가 내세우는 실제 목표수익률은 20% 정도지만, 나머지 10%는 환율변동에 따른 리스크와 프리미엄』이라며 『이런 리스크까지 부실채권 가격산정에 반영해 후려치면서 국내 은행에게 덤터기를 씌우겠다는 것은 땅짚고 헤엄치겠다는 발상』이라고 주장했다. 국내 은행들은 「부실채권도 투자대상」이란 인식이 없어 그동안 이 분야에 눈을 돌리지 못했던게 사실이다. 그러나 최근 경기가 회복기미를 보이자 『부실채권을 성업공사에 팔아 매각손을 입느니, 자회사로 넘겨 제대로 관리(투자)하면 이익을 낼 수도 있다』는 판단에 따라 앞을 다퉈 부실채권시장에 뛰어들고 있다. 대손충당금으로 회계장부 상의 부실채권을 털어내기 때문에, 나중에 부실채권 처리대금이 들어오면 그만큼의 특별이익이 생기는 셈이다. 시중은행들이 이처럼 부실채권 투자 아르바이트에 나서자 론스타펀드·JP모건·골드만삭스·모건스탠리 등 내로라하는 외국 금융사들이 국내에 대거 진입해 수익사냥에 돌입했다. 성업공사 관계자는 『외국 금융사와 합작으로 SPC를 설립할 계획을 갖고 있었지만, 이들의 요구조건이 워낙 까다로와 무산시키고 부실채권을 경매로 팔아넘겼다』며 『은행도 이들과 계약하는 것은 쉽지만 막상 실무절차에 돌입하면 어려움이 많고, 수업료 부담도 만만치 않을 것』이라고 전 망했다. 한상복기자SBHAN@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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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상복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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