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장사 「중원」 대표 등 9명 구속·4명 수배/5개 유령회사 국내외은행 거래/2천3백억 무역대금도 가로채/검찰,9백억 해외유출 추적경제불황과 증시불안의 틈새를 노려 유령회사를 설립한 뒤 무역·금융·증시를 교란하며 기업과 은행을 상대로 3천7백억원대의 사기 행각을 벌인 희대의 사기꾼 일당 13명이 적발됐다.
서울지검 특수1부(안대희 부장검사)는 25일 (주)중원 대표 변인호씨(40), 자금담당 이사 정상교씨(35), 교보증권 서초지점 윤석준씨(35) 등 9명을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 위반(사기)과 특정범죄가중처벌법위반(관세), 증권거래법 위반 등 혐의로 구속기소했다.
검찰은 또 변씨의 이복동생 성호씨(33·미국 거주), 친동생 병호씨(30·홍콩 거주)와 DIC전자 전대표 김병오씨(41·미국 도주) 등 3명에 대해 사전 영장을 발부받아 인터폴에 검거 협조를 요청했으며 국내 도피중인 투자자문가 하광휘씨(35)를 지명수배했다. 검찰에 따르면 변씨는 지난 96년 1∼6월 J&B 전자, DIC전자 등 5개 유령회사를 설립, 실제로는 폐IC(집적회로) 등을 거래하면서 16메가 D램 등 고가의 컴퓨터 부품을 수출입하는 것처럼 꾸며 H은행 등 8개은행 10개 지점과 해외은행들을 상대로 2백4차례에 걸쳐 2천3백67억원 상당의 네고 대금을 가로채고 19억원의 관세를 포탈한 혐의다.
변씨는 수출면장 등 수출 관계서류를 변조하거나 K사 LA지사 명의의 수입신용장을 개설해 미국에 거주중인 성호씨가 대행 수입케 하고 성호씨에게 수출한 폐IC를 역수입한 뒤 은행으로부터 수출용 선하 증권을 발부받아 홍콩에 거주중인 병호씨에게 다시 수출하는 수법을 사용한 것으로 드러났다.
변씨는 또 지난 2∼10월 (주)S와 W사 등 수출대행 기업을 상대로 『물품 구입 대금을 먼저 주면 수출을 한 뒤 대금을 수수료와 함께 돌려 주겠다』고 속여 4백25억원을 가로채고 자금난에 허덕이던 H사와 D대학에 어음할인 명목으로 6백28억원의 약속어음을 받아 챙기는 한편 S사를 상대로 (주)레이디가구 공개매수 자금투자 명목으로 3백32억원을 받아 가로채는 등 5개 업체를 상대로 모두 1천3백85억원을 편취한 혐의도 받고 있다.
피해를 당한 기업중 30대 그룹에 속하는 기업이 3곳이며 이들은 각각 1백70억∼2백억원대의 손실을 입은 것으로 드러났다.
이외에 변씨는 지난 96년 10월부터 7월까지 대원전선 주식 48만주와 (주)레이디가구 주식 80만주를 매수한 뒤 교보증권 윤씨 등 증권회사 직원과 펀드 매니저 등 작전세력에게 18억8천만원을 주고 작전을 펼쳐 주가를 끌어 올린 뒤 매도하는 방법으로 64억원의 이익을 챙겼다.
변씨는 또 (주)중원의 주식 37만주를 인수, 『이 회사가 일본의 유명전자회사인 알프사에 인수된다』는 등 허위사실을 유포, 주식을 고가로 매도한 뒤 다시 인수무산 및 부도설을 퍼뜨려 주가를 떨어뜨려 싼 값에 주식 48만주를 매집하는 한편 레이디가구 공개 매수서를 허위로 꾸며 공개매수 청약에 응모한 9백84명의 소액 투자자들에게 손실을 끼친 혐의도 받고 있다.
검찰은 변씨가 사기로 챙긴 돈 중 9백여억원을 남겨 해외로 유출했을 것으로 보고 수사를 확대중이다.<윤종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