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연말을 계기로 ‘메이드 인 코리아(Made in Korea)’ 통신 기술이 미국시장에 뿌리를 내릴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27일 관련업계와 외신에 따르면 한국형 휴대인터넷 기술인 ‘와이브로(WiBro)’와 SK텔레콤의 이동통신 서비스가 이르면 올 크리스마스 시즌 미국에서 ‘롱 런(long run)’ 여부를 시험하게 된다.
와이브로의 경우 미국 3위 이동통신사인 스프린트 넥스텔이 최근 삼성전자의 시스템과 단말기를 도입해 상용화 가능성을 타진하기로 했다. 스프린트는 올 연말과 내년초에 걸쳐 실험실 테스트와 시범 서비스를 진행할 계획이다.
이번 시험은 미국 뿐 아니라 전세계에서 와이브로의 성공 가능성을 가늠할 첫 데뷔무대라는 상징적 의미를 갖는다. 경쟁 기술인 와이맥스(WiMAX)는 인텔을 필두로 세계 주요 통신업체들의 폭 넓은 지지를 받고 있지만 와이브로 진영은 삼성전자가 고군분투하고 있는 양상이다.
현지에서는 스프린트가 와이브로를 선택한 것을 두고 ‘와이맥스 진영에 대한 도전’이라는 경계의 목소리까지 나오고 있다.
이 때문에 스프린트도 공식 보도자료에서는 “우리는 (삼성 뿐 아니라) 여러 파트너와 2.5㎓ 주파수 활용을 위한 다양한 기술을 평가하고 있다”고 애써 의미를 축소했다. 삼성전자가 발표한 “양사가 와이브로의 국제 표준화를 위해 공동 노력하기로 했다”는 내용도 담겨있지 않다. 스프린트는 지난 7월 모토로라와도 2.5㎓ 무선기술을 테스트하기 위한 제휴를 체결했다.
그러나 삼성전자는 이번 테스트가 오는 2007년 전면 상용화로 이어질 것이라며 자신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와이브로의 국제 표준화를 위해 공동 노력하기로 합의한 것은 맞다”며 “스프린트가 보수적인 현지 분위기를 감안해 조심스럽게 접근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삼성전자는 조만간 영국 브리티시텔레콤(BT), 일본 KDDI 등 거대 사업자들이 와이브로 도입을 발표하면 바람몰이가 가능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한편 SK텔레콤이 미국 3위 인터넷 접속서비스 업체 어스링크와 함께 설립한 SK 어스링크 역시 연말께 현지에서 이동통신 서비스를 시작한다.
SK 어스링크는 이동통신사의 망을 빌려 가입자를 모집하는 가상이동망사업자(MVNO)다. 우선 LA 지역 한인들에게 ‘준(June)’으로 널리 알려진 ‘EV-DO’ 서비스를 제공한 뒤 미국 전역으로 확대해 나갈 계획이다.
휴대폰과 콘텐츠, 플랫폼 등 모든 면에서 한수 위인 국내 서비스가 미국 소비자들을 얼마나 매혹시킬 지가 관건이다. SK 어스링크는 인터넷 시장의 경쟁격화로 위기를 맞고 있는 어스링크의 가장 유망한 ‘구원투수’로도 기대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