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일(현지시간) 폴란드를 방문한 조 바이든 미국 부통령은 러시아의 크림반도 합병에 대해 "러시아의 영토강탈일 뿐"이라고 강도 높게 비난했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도 크림반도 합병과정이 모두 국제법에 어긋난다고 비판했다. 추가 제재도 가시화하고 있다. 제이 카니 백악관 대변인은 제재가 솜방망이 수준이라는 비판을 의식한 듯 "제재가 훨씬 커질 것"이라며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연계된 올리가르히(신흥재벌)들이 목표임을 암시했다. 윌리엄 헤이그 영국 외무장관도 러시아에 대한 군수품 수출 허가를 중단했다. 하지만 러시아의 주요8개국(G8) 회원국 지위 박탈 여부와 관련해 메르켈 총리는 "오는 6월 열릴 G8 정상회의의 연기 이상은 결정된 게 없다"고 부인했다.
서방 국가들이 갈팡질팡하는 사이 러시아는 오히려 서방을 위협했다. 세르게이 라브로프 외무장관은 이날 존 케리 미 국무장관과의 전화통화에서 "서방의 대러시아 제재가 용납할 수 없는 수준이어서 어떤 결과를 초래할지 장담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고 러시아 외무부가 밝혔다.
푸틴 대통령의 다음 행보도 관심거리다. 어차피 러시아가 크림반도에서 그치지 않고 우크라이나 전체에 대한 영향력 확대를 노린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AP통신은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의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가입 중단과 동부지역 자치권 인정을 통한 영향력 유지가 지켜지지 않으면 언제든지 대응조치에 나설 것"이라고 지적했다. 피오나 힐 미 브루킹스연구소 연구원은 "푸틴은 계속 몰아붙일 준비가 됐고 나토도 우크라이나의 가입 결정을 철회하지 않을 것"이라며 무력충돌 가능성을 우려했다.
한편 크림반도에서는 러시아군 장악 이후 첫 사망자가 나왔다. 현지 언론은 이날 크림공화국 수도 심페로폴에서 우크라이나 군인 1명이 러시아군의 총격으로 숨졌다고 보도했다. 이에 맞서 우크라이나 국방부도 크림반도에 배치된 자국 군인의 무기 사용을 허용했다. 영국 BBC방송은 "심페로폴에서 언제든지 추가 충돌이 빚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퍼져 있다"고 전했다. 크림공화국의 러시아화는 계속 진행돼 크림 의회는 오는 30일부터 모스크바 표준시로 표준시간을 변경하고 다음달 1일부터 러시아 루블화를 공식 통화로 채택하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