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풍 '볼라벤'은 지나갔지만 후폭풍으로 농수산물 가격이 급등해 밥상물가에 비상이 걸렸다.
29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이미 폭염으로 오를 대로 오른 잎채소 상당수의 이날 경매가격이 또다시 전일보다 두 배가량 폭등한데다 연근해 어업이 중단되고 어패류 양식장이 초토화되면서 수산물 가격도 급등하고 있다.
매일 수확이 필요한 작물인 상추ㆍ쑥갓 등 잎채류가 태풍의 직격탄을 맞았다.
이날 서울시농수산물공사 가락시장에서 도매로 거래된 65개 잎채소 가운데 시금치 등55개 품목의 가격이 전일보다 10% 이상 상승했다. 시금치는 상등급 기준 4㎏ 한 상자(이하 동일 기준) 가격이 7만4,669원으로 전날 3만2,417원에 비해 하루 만에 130.3%나 폭등했다. 쑥갓도 전날보다 122%나 뛴 4만4,952원, 아욱도 전날보다 111% 오른 5만4,862원, 열무도 110.9% 오른 1만9,799원에 거래됐다. 쪽파도 상급 기준 10㎏ 한 상자 가격이 하루 새 82.4%나 상승했고 얼갈이배추도 상급 4㎏ 한 상자가 71.5%나 값이 뛰었다.
가뭄 뒤 폭염으로 물량이 줄어 이미 값이 오를 대로 오른 상추도 추가로 가격이 올라 적엽 4㎏ 한 상자가 하루 만에 26.5% 오른 9만8,157원에 거래돼 2개월 전에 비해 무려 7.8배나 뛰었다. 특히 상추 값은 돼지고기 가격보다 5배나 비싼 기현상마저 나타나고 있다. 구제역 이후 사육두수가 증가한 돼지고기 도매가격(1등급 1㎏ 기준)은 2개월 전보다 5% 하락한 4,841원에 거래되고 있다. 따라서 단위 중량 100g으로 환산하면 돼지고기 가격은 484원, 상추 가격은 2,453원으로 상추가 돼지고기보다 5배나 비싸진 셈이다.
수산물의 경우 전복ㆍ우럭 등 양식어종의 피해가 큰 상황이다. 국내 전복 생산량의 80%를 책임지는 남해 완도 인근을 태풍이 강타한데다 본섬보다 양식량이 많은 주변 섬들의 경우 아직 정확한 피해 집계조차 되지 않았다. 업계 관계자는 "전복과 우럭은 가두리 물량의 70~80%가 피해를 봤기 때문에 값이 오르는 게 당연하다"며 "당분간 가격 상승세가 불가피할 것"이라고 말했다.
전복(양식)은 이날 중급 1㎏이 3만7,500원에 거래돼 전날보다 47.1%나 상승했으며 양식 우럭은 전날보다 9.1% 오른 6,600원에 판매됐다. 자연산 활넙치 1㎏(소)은 전날보다 236.1%나 폭등한 1만3,950원에 팔렸으며 전어도 ㎏당(대급 기준) 50% 오른 3,750원에 거래됐다.
과일의 경우 아직까지는 가격이 큰 영향을 받지 않고 있지만 태풍으로 낙과 피해가 큰 만큼 장기적으로는 가격 상승이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호남지역이 주요 산지인 배의 경우 설익은 배들이 강한 바람에 대거 떨어져 지난해 추석보다 가격이 10~20% 오를 것으로 보고 있다. 주산지가 경북지역인 사과의 경우 태풍 피해가 적어 영향이 크지 않을 것으로 점쳐진다.
추석이 한 달 남았지만 수급이 집중되는 시기인 만큼 전반적인 추석물가에 미치는 영향은 좀 더 지켜봐야 한다는 게 업계의 시각이다. 한 유통업계 관계자는 "추석 제수ㆍ선물용품 가운데 배ㆍ전복을 제외하면 아직까지는 피해가 제한적"이라면서도 "다만 현재 또 다른 태풍 덴빈의 북상 등 추가 피해의 가능성이 남아 있어 섣불리 추석물가를 예단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