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005930)의 2·4분기 실적에 대한 눈높이가 낮아지고 있다. 주요 증권사들은 삼성전자가 스마트폰 사업의 부진으로 당초 기대치에 못 미치는 실적을 내놓을 것이라며 2·4분기 영업이익 전망치를 7조원까지 낮춰잡고 있다. 다음달 초 나올 삼성전자의 잠정실적이 예상대로 기대에 못 미칠 경우 배당확대, 자사주 매입 등 주주들의 수익환원 목소리가 더욱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24일 유가증권시장에서 삼성전자는 전일 대비 1.44%(1만9,000원) 내린 130만2,000원에 거래를 마치며 5거래일 만에 상승세가 꺾였다. 이날 삼성전자 주가는 장중 한때 2% 넘게 떨어진 129만1,000원에 거래되며 130만원선을 밑돌기도 했다.
삼성전자의 주가를 끌어내린 것은 오는 7월 초 발표되는 삼성전자의 2·4분기 실적이 예상보다 부진할 것이라는 증권사들의 비관적인 전망이 쏟아져나왔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이날 한국투자증권은 삼성전자에 대해 반도체를 제외한 모든 사업 부문의 실적이 당초 예상을 밑돌 것이라며 2·4분기 영업이익 추정치를 기존 7조7,170억원에서 7조460억원으로 9% 가까이 하향 조정했다. 유종우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휴대폰사업을 담당하는 IM(IT&모바일) 부문의 경우 '갤럭시S6'를 포함한 스마트폰 출하량이 7,500만대로 기대에 미치지 못한데다 네트워크장비와 PC사업의 실적부진까지 더해지면서 2·4분기 영업이익이 당초 예상했던 3조5,000억원보다 12% 낮은 3조1,000억원에 그칠 것"이라며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A3라인 가동 초기의 낮은 수율과 TV 수요 부진 등의 여파로 디스플레이(DP) 부문과 소비자가전(CE) 부문의 실적도 당초 예상치를 밑돌 것"이라고 분석했다.
NH투자증권(005940)도 삼성전자의 2·4분기 영업이익 추정치를 기존 7조3,020억원에서 7조70억원으로 하향 조정했고 IBK투자증권은 7조2,300억원에서 7조300억원으로 2,000억원 정도 낮춰 잡았다. 외국계 증권사인 노무라증권도 삼성전자의 2·4분기 영업이익 전망치를 7조800억원으로 기존보다 13% 끌어내렸다. 이승우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삼성전자가 전 세계적으로 수요를 이끌어나갈 만한 신제품이나 신기술이 당장은 없어 보인다"며 "중국을 비롯한 글로벌 경기부진으로 세트(완제품) 수요와 실적 예상을 낮출 필요가 생겼다"고 평가했다.
금융정보업체 와이즈에프엔에 따르면 증권사들이 예상한 삼성전자의 2·4분기 영업이익 추정치는 3개월 전 7조4,565억원에서 이달 초 7조3,488억원에 이어 이날 현재 7조2,518억원까지 내려갔다. 불과 3개월 전만 해도 현대증권(003450)(8조1,380억원)과 IBK투자증권(8조2,860억원), HMC투자증권(8조400억원) 등이 8조원 이상의 영업이익을 점치던 것과 비교하면 1조원가량 줄어든 셈이다.
증권사들의 잇따른 실적 추정치 하향은 반도체와 더불어 삼성전자의 수익 창출을 책임지고 있는 스마트폰의 판매부진이 직접적인 원인이다. 삼성전자가 야심 차게 내놓은 전략 스마트폰 신제품 갤럭시S6는 지난 4월 출시 당시만 해도 전 세계 언론의 극찬을 받았지만 실제 판매는 기대에 못 미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도현우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갤럭시S6와 갤럭시S6 엣지는 출시 초 시장의 큰 기대를 모았지만 실제 판매숫자는 기대에 미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공급 부족의 영향도 있지만 소비자들이 경쟁사인 애플의 아이폰6를 더 선호하고 있는 것이 근본적인 이유"라고 진단했다. 노무라증권은 2·4분기 갤럭시S6의 예상 출하량을 기존 2,100만대에서 1,800만대로 낮췄다.
증시 전문가들은 삼성전자의 주가는 당분간 지지부진한 흐름을 이어갈 것으로 내다봤다. 유종우 연구원은 "단기적으로는 다음달 잠정 실적이 발표될 때까지는 주가도 부진한 흐름을 지속할 수밖에 없다"며 "스마트폰 사업의 둔화세가 멈추고 반도체 호황이 계속된다면 반등을 모색해볼 수 있을 것"이라고 예측했다.
삼성전자가 보다 적극적인 주주환원정책에 나설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정창원 노무라증권 연구원은 "삼성의 주가가 저평가돼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앞으로 더 높은 수익을 원하는 주주들의 요구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며 "아이러니하게도 삼성의 실적 둔화 가능성이 주주 수익을 가속화하는 촉매제가 될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