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월요초대석] 이계철 한국통신사장

대담 : 李鍾承 부국장겸 산업부장 ISLEE@SED.CO.KR 이계철 한국통신사장은 요즘 천군만마를 얻은 듯 의욕에 넘쳐 있다. 지난 5월 노조와 여러차례 머리를 맞댄 협상 끝에 결국 노조가 총파업을 유보, 올해 임단협상을 원만하게 마무리지었다. 강성으로만 치닫던 노조가 천명의 군사였음을 그는 확인했다. 또 지난달 26일 성공적인 해외DR(주식예탁증서) 발행으로 1조6,000억원의 자금을 확보하게 돼 한국통신은 만마를 얻었다. 그래서 李사장과 직원들의 사기는 요즘 하늘을 찌를듯 올라가 있다. 李사장은 『지금이야말로 한국통신이 세계적인 종합통신회사로 도약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라며 『21세기 정보통신산업을 선도하는 리딩 기업(LEADING COMPANY)의 발판을 다지는데 힘쓸 것』이라고 밝혔다. DR 발행을 계기로 초고속정보통신망 구축이라는 대업에 박차를 가하고, 멀티미디어 종합통신기업으로 거듭나기 위한 미래 계획을 짜는데 여념이 없는 李사장을 만나 한국통신의 미래상에 대해 들어봤다. 성공적인 DR발행을 축하드립니다. 국가경제가 어려운 상황에서 거둔 성과여서 의미도 큽니다. -외국 투자자들이 한국경제를 다시 바라보게 하는 계기를 마련해줬다는데 의미가 있다고 봅니다. 사실 IMF(국제통화기금)체제 이후 우리 경제가 실제보다 저평가된데다 국내 기업의 신인도가 땅에 떨어진 상태에서 DR을 발행하게 돼 걱정이 앞섰습니다. 그래서 세계를 돌며 로드쇼를 벌이면서 한국경제가 안정됐고, 투자가치가 충분하다는 것을 알리는데 주력했습니다. 한국통신이 단순한 전화회사가 아니라 「한국을 대표하는 글로벌통신사업자」라는 이미지를 심어주는데도 힘을 쏟았지요. 때론 외국 투자자들 하나하나를 붙들고 우리의 실상을 홍보하고 이해시키는데 하룻밤을 새우기도 했던 기억이 납니다. 결국 외국 투자자들이 우리 경제를 바라보는 시각을 긍정적으로 바꿔놓고 신인도도 높혔다는데서 의의를 찾을 수 있을 것입니다. 한국통신에 대한 외국 투자자들의 투자의욕은 어느 정도였습니까. -로드쇼를 하면서 외국 투자자들의 눈빛을 통해 한국경제에 신뢰를 갖고 있다는 것을 읽을 수 있었습니다. 그러다보니 덩달아 한국통신에 대한 투자가치도 올라갔다고 봅니다. 그들은 특히 한국통신이 보여준 구조조정 노력을 높게 사고 있었지요. 한국통신이 세계통신시장을 이끌고 갈 수 있는 저력을 지닌 회사로 평가받는 바람에 신청 규모가 발행 물량의 4배를 넘는 100억달러 수준에 이르기도 했을 정도로 인기를 끌었습니다. 여기서 한국경제, 한국통신에 대한 외국 투자자들의 기대감이 대단하다는 것을 느꼈습니다. 그래서 당초 국내 주가보다 10% 정도 올려받으려던 생각을 바꿔 20% 이상으로 베팅하는 모험을 했습니다. 여기에 일부 투자자들이 불만을 터뜨리고 주문을 취소하는 사태도 있었으나, 대세는 한국통신의 미래가치를 제대로 읽고 적극 투자하는 쪽으로 흐르더군요. DR발행을 위한 전략도 다양했던 것으로 알려졌는데. -무리없는 구조조정과 원만한 노사협력, 미래 성장산업인 데이터·무선사업에 치중하고 있다는 것을 적극 홍보한 것이 주효했습니다. 하이텔사장 공모, 위성을 이용한 통신서비스 실시 등은 투자자들의 이목을 집중시키는데 충분했습니다. 여기에 정보통신부가 시내전화 요금인상을 적극 밀어준 것도 성공적인 DR 발행을 가능케 했습니다. 신주 발행분으로 1조6,000억원의 자금을 확보하게 됐는데 중점 투자 분야는 어디입니까. -한국통신은 국가정보화를 앞당기기 위해 무거운 짐을 지고 있습니다. 오는 2002년까지 느려터진 전화망을 걷어내고 초고속정보망을 구축하는데 모두 8조1,000억원이 필요합니다. 자금 마련을 위해 걱정이 태산같던 터라 「가뭄 속 단비」보다도 더 반갑습니다. 이번에 확보한 자금은 전액 초고속망구축 비용으로 투자합니다. 나머지 소요자금은 경영합리화와 뼈를 깎는 구조조정으로 마련할 계획입니다. 그래서 지금까지 감축한 8,000여명 외에도 앞으로 7,000여명을 더 내보내야하는 어려움에 직면해 있습니다. 한국통신은 할 수 있는 모든 노력을 하고 있습니다. 국민도 국가 정보인프라 구축을 위해 고통을 분담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따라서 시내전화요금이 현실화될 수 있도록 국민들 모두가 이해해주시고 정부나 언론도 적극 도와주실 것으로 믿습니다. 이번 기회를 통해 「전화회사」라는 오래된 이미지를 벗고 새옷을 준비해야 할 것으로 보는데. -철저히 준비하고 있습니다. 먼저 초고속망 구축으로 데이터 중심의 통신 환경을 마련하고 한국통신하이텔과 한국통신프리텔을 축으로 멀티미디어 무선사업을 강화할 것입니다. 앞으로 통신은 컴퓨터 뿐 아니라 다양한 단말기를 유·무선 네트워크에 연결해 사용하는 형태가 될 것입니다. 국민이 사용하는 모든 형태의 단말기가 한국통신의 네트워크에 연결되도록 하는 것이 장기 목표입니다. 따라서 동원할 수 있는 모든 유·무선 네트워크의 고도화, 고품질화를 실현할 것입니다. 또 하반기에는 기술과 업무능력이 뛰어난 회사를 골라 전략적 제휴도 추진할 것입니다. 차세대 이동통신 IMT-2000서비스 제공을 위해 한국통신도 뛰고 있는데, 자회사인 한국통신프리텔과의 역할 분담은 어떻게 할 생각입니까. -한국통신은 이미 상당 수준의 독자 기술을 개발하는 등 빈틈없는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한국통신이 사업을 주도적으로 이끌고 가면서 한국통신프리텔이 보유한 장비나 영업망 등은 공동으로 이용할 것입니다. 그래야 시너지효과를 발휘하여 더욱 경쟁력 있는 사업자로 태어나고 서비스 품질도 높일 수 있을 것으로 봅니다. SK텔레콤이 안정적인 경영권 확보를 위해 한국통신이 보유한 지분을 매입하려고 합니다. 분명한 방침을 밝혀주시죠. -현재로선 SK텔레콤 지분을 매각할 계획이 없습니다. 또 SK텔레콤으로부터 지분매각 요청을 받은 적도 없습니다. SK텔레콤 지분에 관한 사항은 한국통신의 기업가치를 높이고 주주들에게 이익이 돌아가는 방향으로 결정할 것입니다. 다만, 아직은 계속 보유하고 있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보고 있습니다. 경쟁 상대인 하나로통신의 등장으로 고속인터넷시장 시장이 크게 성장하고 있습니다. 이 분야 시장 선점 전략은 무엇이지요. -전국적인 시설을 갖추고, 국제 멀티미디어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 것이 한국통신만의 강점이죠. 지난 93년부터 시작한 ISDN(종합정보통신망)서비스가 이제 물이 오르기 시작했고, 최근에는 이보다 빠른 초고속인터넷(ASDL)서비스를 시작했습니다. 또 위성을 통한 인터넷서비스도 시작했습니다. 육해공 합동작전으로 시장을 키울 것입니다. 한국통신은 통신업계의 맏형으로서 남다른 고충도 있을 것 같습니다. -한국통신은 도서벽지에까지 전화선을 깔고 서비스를 제공해야 하는 보편적 서비스 사업자입니다. 돈벌이도 안되고 애로사항도 많습니다. 외국에서는 보편적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한 펀드도 마련하고 정부 재정도 지원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별도 예산 지원은 안되더라도 최소한 「맏형」이라는 이유로 나무라지만 말고, 맏형의 어려움도 좀 이해해주셨으면 합니다. /정리=류찬희 기자 CHANI@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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