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칭(重慶)시 부시장인 왕리쥔(王立軍ㆍ사진)이 당초 알려진 3시간이 아닌 하루 동안 청두(成都)에 위치한 미국 총영사관에 머문 것으로 밝혀지면서 중국 당국의 근심이 커지고 있다. 중국의 차기 정치국 상무위원감으로 거론되는 보시라이(薄熙來) 충칭시 당서기에 관한 일급정보가 미국으로 넘어갔을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차이나데일리 등 중국 언론에 따르면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9일 "왕 부시장이 지난 6일 미 총영사관에서 하루 동안 머물렀다"며 "관련조사를 실시하고 있다"고 밝혔다. 현재 중국 당국은 중국의 기밀정보와 보 서기와 관련된 정보가 미국 쪽에 유출된 것이 아닌지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현재 중국 인터넷에서는 왕 부시장이 1급 기밀문서를 들고 미국영사관에 망명을 신청하러 갔다는 소문이 돌고 있으며 충칭시가 이를 막기 위해 중무장한 공안차량까지 동원했다는 풍문이 확산되고 있다. 실제 보 서기에 관한 정보가 미국 측에 넘어갔다면 그의 정치생명에 치명적인 타격이 될 것으로 보인다.
한때 찰떡궁합을 자랑했던 보 서기와 왕 부시장의 관계는 지난해 12월 왕 부시장이 비리 혐의로 중앙기율위원회로부터 조사를 받은 다음부터 틀어지기 시작했다. 미국의 중국어 신문인 다지위안(大記元)은 중앙기율위가 당시 왕 부시장을 조사하면서 그의 비리를 덮어주는 대신 보 서기의 자료를 넘겨 받는 거래를 제안했으며 이 사실을 알게 된 보 서기가 그를 제거하려 했으나 왕 부시장이 먼저 미국영사관으로 망명을 시도했다고 전했다. 왕 부시장은 미국영사관에 망명을 시도하기 전인 2일 겸직하던 충칭시 공안국장 자리에서 갑작스레 물러났다.
이후 왕 부시장은 3일 공개서신을 통해 "보 서기가 알려진 것과 달리 청렴하지 않으며 매우 탐욕스럽고 여자를 밝힌다"고 폭로했다. 그는 또 "보 서기가 재물을 수탈하고 가족을 그냥 내버려두고 있으며 이에 관한 많은 증거자료를 확보했다"고 밝혔다. 베이징 정가에서는 현재 왕 부시장이 경찰과 검찰 조사에 앞서 당 기율검사위에서 조사를 받고 있을 것으로 추측하고 있다. 중국에서 공산당원에 대한 조사는 경찰과 검찰에 앞서 당 기율검사위에서 먼저 진행된다.
한편 베이징 정가 일각에서는 보 서기에 대한 왕 부시장의 배신을 두고 오는 10월 제5세대 지도부를 선출하는 중국이 벌써부터 권력다툼에 들어선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