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박근혜계 성향과 영남 색채가 두드러지지 않으면서도 친박계가 주도하는 정권 재창출에 호의적인 인사가 적합하다는 게 친박계의 중론이다. 친박계는 '특정인을 향한 박심(朴心)은 없다'고 강조하지만 쇄신파와 비박근혜계의 출사표가 이어지고 친박계 내부에도 출마자가 여럿 등장하면서 '교통정리'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온다.
3일 당 대표와 최고위원을 뽑는 5ㆍ15 전당대회 출마를 선언한 황우여(5선ㆍ인천 연수) 새누리당 원내대표는 친박계 전반에서 지지세가 높다. 그는 전날 박 위원장이 공개 주문한 국회법 개정안을 순조롭게 처리하면서 더욱 힘이 실렸다. 온건한 성향의 수도권 출신으로 쇄신파ㆍ친박계와 두루 소통하는 점도 대선을 앞둔 박 위원장에게 긍정적인 요소다. 황 원내대표는 이날 당사에서 출마 의사를 밝히면서 "정당에서는 무엇보다도 화합과 단결이 가장 중요하며 당내 (대선 후보) 경선을 당헌ㆍ당규에 따라 엄정중립을 지키겠다"면서 당 화합, 국민 눈높이에 맞춘 개혁 추진, 국민행복 실현 등 세 가지 공약을 제시했다. '국민 행복'은 박 위원장이 최근 강조하는 화두다. 황 원내대표의 친박 성향이 짙어지면서 역으로 지난 원내대표 경선에서 그를 지지했던 쇄신파 일부는 반대 목소리를 내기도 한다.
다만 친박 일각에서 여전히 홍사덕ㆍ김무성 의원 역할론을 제기하는 목소리가 있어 변수로 작용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두 사람 모두 이번 총선에서 낙선하거나 낙천했지만 친박이면서 친이명박계와 소통할 수 있다는 점 때문에 지지하는 여론이 많다. 부산 출신의 3선 유기준 의원은 사실상 영남권의 유일한 전대 주자로서 지역 표심을 자극하고 있다. 총선에서 박 위원장의 지지세를 확인한 충청권에서는 3선의 정우택 당선자가 출마로 가닥을 잡은 가운데 초선인 김태흠(충남 보령ㆍ서천) 당선자도 전대 출마를 선언하는 등 여러 친박계 후보가 등장했다. 당 대표로 거론되던 충청 출신 6선 강창희 당선자는 '5공 시절의 막내 정치인'이라는 이미지 때문에 국회 의장 쪽으로 관심을 돌린 것으로 전해졌다. 박 위원장에도 자칫 구태 이미지가 덧씌워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왔기 때문이다.
구주류 친이계에서는 전날 출사표를 던진 4선의 심재철 의원에 이어 같은 4선인 원유철 의원이 이날 전대 출마를 선언했다. 두 사람의 단일화 여부와 함께 친이를 포함한 비박(非朴) 표를 어느 정도 결집해낼 수 있을지가 관심사다.
전당대회에 앞서 9일 열릴 원내대표 경선 역시 친박 성향이 두드러진 인사는 눈에 띄지 않는다. 다만 중립이면서도 박 위원장과 함께 일하며 능력을 인정 받은 인사에 관심이 쏠린다. 이주영 정책위의장은 이날 원내대표 출마를 선언하면서 "대선을 준비해야 하는 원내 사령탑으로서 정책을 잘 아는 원내대표가 필요한 시점"이라며 "총선 공약을 총괄한 정책위의장으로서 정권 재창출의 막중한 소임을 다하는 게 도리"라고 말했다. 이 의장은 최근 박 위원장과 총선 공약실천을 약속하는 전국 민생투어에 동행하고 있다. 친박계 내부에서는 '정책통' 이한구 의원과의 단일화 여부에 따라 이 의장의 지지 판도가 결론 날 것으로 본다. 이 의장은 "필요하면 이한구 의원과 (단일화 논의를) 할 수 있다"고 말했으며 이 의원은 출마 여부를 관망하고 있다.
앞서 원내대표 출마를 선언한 5선 남경필 의원은 쇄신 이미지를 더할 수 있어 막판 친박계의 지지가 높아지고 있다. 다만 친박계 내부에서는 당 대표보다 원내대표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여기는 만큼 원내대표에 범친박계 인사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온다. 친이계에서는 4선의 이병석 의원이 출마를 고려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