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기자의 눈/6월 16일] 샴페인부터 터뜨린 명태협상

청와대는 지난해 9월 말 이명박 대통령의 러시아 방문 당시, 주요 성과 중 하나로 러시아 수역에서 우리 어선이 잡을 수 있는 명태 쿼터를 기존 2만톤에서 4만톤으로 늘리는 데 물꼬가 트인 것을 꼽았다. 그러나 지난달 말 한ㆍ러 간 수산 고위급 협상에서 이는 무산됐다. 정부는 명태 쿼터 증대에 실패했을 뿐 아니라 협상을 위해 모스크바로 건너갔던 농림수산식품부 차관이 러시아 측 파트너인 수산청장과 예정된 회담은커녕 얼굴조차 보지 못하고 돌아오는 수모를 당해야 했다. 심하게 표현하면 문전박대였다. ★본지 6월 12일자 6면 참조 대통령의 방러 성과로 성급하게 과대 포장됐던 명태 쿼터 늘리기는 꼼꼼히 되짚어볼수록 정부의 안이함에서 파생된 문제들이 고구마 줄기처럼 드러나고 있다. 그중에서도 단연 절정은 정부가 지난 3월 말 최종 합의도 되지 않은 명태 협상 결과에 대해 ‘축하행사를 해달라’고 민간에 요구한 부분이다. 4월2일. 원양산업협회는 이날 ‘2009년 러시아 수역 명태 쿼터 4만톤 확보’라는 성공적 자원 외교를 축하ㆍ기념하기 위해 코엑스에서 이틀간 명태를 반값에 판매한다고 밝혔다. 앞서 3월29일 농식품부가 합의문도 없는 협상 결과를, 결과적으로 거짓말이 된 보도 자료인 ‘자원외교 큰 결실, 러시아 수역 명태쿼터 2배 증대’를 발표해 원양산업협회가 자발적으로 연 축하행사로 기자는 짐작했으나 확인 결과 사실은 전혀 달랐다. 원양산업협회의 한 관계자는 “러시아와 협상이 정확히 어떻게 진행되는지 알지 못하는 상황이었다” 며 “정부가 명태협상이 타결됐으니 축하행사를 열자고 요청해 개최한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 명태 쿼터 증대가 무산돼 협회는 큰 우세를 사고 회원사를 볼 면목도 없지만 감히 정부를 향해 ‘왜 확정되지도 않은 일로 축하행사를 요구했느냐’는 항변 한마디 못 하고 있다. 부실하게 협상을 해놓고도 염치 좋게 그 공이나 빛내겠다는 정부의 행태를 보면서 과연 국민들은 어떤 생각을 할까. 샴페인부터 터뜨리고 본 부실 명태협상의 진상을 청와대가, 안 되면 국회가 낱낱이 밝혀주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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