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생활

[자본주의 뉴패러다임 공유가치경영] "하루 30~40개씩 배달 힘들지만 돈 벌고 일 할수 있어 행복해요"

■ CJ대한통운 '실버택배' 현장 가보니

11일 경기도 의왕시 청계동 한 아파트 단지에서 CJ대한통운 유인수 실버택배원이 고객에게 택배상자를 전달하고 있다. /사진제공=CJ대한통운

"힘이야 들지요. 그래도 이렇게 원하는 시간에 일할 수 있다는 게 얼마나 다행인지 모를 겁니다."

무더위가 한창 기승을 부리던 지난 11일 오전 경기도 의왕시 청계동 의왕시니어클럽. 택배 물량을 가득 실은 대형 화물차량이 건물 입구에 도착하자마자 대기실에 있던 유인수(69)씨가 장갑을 끼고 모습을 드러냈다. 유씨는 송장번호를 보며 능숙하게 택배 수화물을 전기카트에 옮겨 실은 뒤 이내 배송지로 출발했다.

유씨의 공식 직함은 CJ대한통운(000120)의 실버택배원. 하루 평균 30~40개의 택배물을 인근 아파트단지에 배달하고 한 달에 40만~50만원을 번다. 일반 성인도 힘에 부치는 일이지만 유씨는 실버택배원이 된 뒤로 어느 때보다도 일할 맛이 난다. 벌이는 많지 않아도 무엇보다 일을 할 수 있다는 사실이 행복하다. 그는 "처음 시작할 때는 힘들었는데 요즘은 요령이 생겨서 배달하는 시간도 많이 줄었다"며 "퇴근 후 동료 택배기사들과 막걸리 한 잔 마시는 재미도 쏠쏠하다"고 말했다.


실버택배를 하기 전까지 유씨의 생업은 조경이었다. 하지만 몇 년 전 아내가 병상에 누우면서 지방 출장이 잦고 출퇴근이 불규칙한 조경일에서 손을 뗄 수밖에 없었다. 이후 여러 일을 전전했지만 정시에 퇴근하는 일을 찾기는 쉽지 않았다. 그러던 중 지난해 CJ대한통운이 노년층 일자리 마련을 위해 사회복지시설인 의왕시니어클럽에 전기카트 6대를 기증하면서 예정에도 없던 택배기사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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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왕시니어클럽에는 현재 6명의 CJ대한통운 실버택배원이 근무하고 있다. 평균 연령이 70대 초반이지만 매번 신규 택배원을 뽑을 때마다 경쟁률이 10대 1에 달할 정도로 인기다. 경제적으로 어려운 어르신도 있지만 퇴직 후 소일거리 삼아 택배를 나르는 분까지 사연도 가지가지다. 배미정 의왕시니어클럽 팀장은 "토요일도 나와야 하지만 하루 3~4시간 정도만 근무하기 때문에 근무만족도가 아주 높다"고 말했다.

CJ대한통운이 2012년 실버택배제를 시행할 당시만 해도 내부적으로 반대의 목소리가 적지 않았다. 고령의 어르신들이 체력 부담이 큰 택배 배송을 할 수 있겠느냐는 우려에서였다. 이에 CJ대한통운은 업계 최초로 시간선택제일자리를 도입하고 전기카트와 전기자전거를 대량 도입하는 묘안을 짜냈다. 시행 초기 10대였던 전기카트는 220대로 늘었고 30여명이었던 실버택배원도 전국에 300명을 넘어섰다.

CJ대한통운은 앞으로도 실버택배원을 지속적으로 확대해 노인 일자리 창출에 앞장선다는 계획이다. 회사 입장에서도 지역 지리에 밝은 실버택배원이 늘어나자 택배 배송시간이 단축돼 고객 만족도가 한층 높아지는 효과를 거두고 있다.

CJ대한통운 관계자는 "일반 택배기사 1명의 배송량을 실버택배원 3~4명 정도가 담당하기 때문에 한층 촘촘하게 배송망을 짤 수 있다"며 "노년층 일자리 제공과 고객 서비스 향상을 위해 2015년까지 실버택배원을 1,000명으로 늘릴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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