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발언대/11월 6일] 어게인 1998

경기 침체가 심해지고 있다. 이러다가 제2의 IMF가 오는 것 아닌가라는 우려도 나돈다. 이런 상황에서 기업들에 ‘보안’이라는 미래가치에 대한 말을 꺼내기는 쉽지 않다. 하지만 이런 불확실성 시대야말로 기업이 보안에 투자해야 할 때라고 본다. 기술의 유출은 인력의 이동, 부품 및 장비 수출로 인한 노하우 이전, 기술거래, 인수합병, 산업스파이 등의 경로로 이뤄지는데 이 중에서도 인력 유출이 많은 부분을 차지한다. 특히 외환위기 직후 기술력을 갖춘 기업들의 부도로 시작된 기술인력의 이동은 중국과 같은 후발 경쟁국의 초고속 성장에 밑거름이 됐다. 외환위기 당시 구조조정된 우리 반도체 관련 연구원들이 대거 대만으로 건너가 대만 반도체 산업 도약의 계기를 마련했고 중국의 TFT-LCD, 정보기술(IT), 자동차 산업을 일으키는 데도 중요한 역할을 했다는 것은 공공연한 사실이다. 이제는 제2의 IMF에 대한 두려움과 함께 또 한번의 기술인력의 대량 유출에 따른 기술유출이 우려되는 상황이다. 하지만 애국심이나 인정에 호소하는 것만으로는 인력유출을 막을 수 없다. 또한 보안 시스템 구축만으로도 내부직원에 의한 기술유출을 막는 데 한계가 있다. GS칼텍스 사건에서 보듯 전체 보안사고 중 내부자에 의한 기술유출 비율이 70%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아무리 보안시스템을 완벽히 갖췄다고 하더라도 정보에 접근 권한이 있는 내부자가 의도적으로 기술유출을 하려한다면 막기 어렵다. 그래서 더더욱 기술보호의 핵심이라 할 수 있는 인력관리 분야 임직원들의 보안의식 제고에 대한 투자가 절실하며 직원들의 보안의식을 높이되 성과보상도 확대돼야 한다. 많은 기업이 직원들에게 성과에 따라 충분히 보상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보안이 허술하다 보니 금전적 유혹을 이기지 못하고 팔아먹는 일이 발생하고 있는 것이다. 때문에 성과보상을 통해 직원들에게 감동을 주고 충성을 사는 전략이 필요하다. 앨빈 토플러는 산업스파이를 ‘21세기 가장 큰 산업 중 하나’라고 했다. 그의 말이 아니더라도 현대는 기술전쟁의 시대라고 할만큼 세계 각국이 자국의 기술보호 및 타국의 핵심기술 확보에 주력하고 있다. 막대한 손해를 입고 뒤늦게 후회하는 일이 없도록 지금부터라도 대비해야 한다. 기술유출에 따른 가장 큰 피해자는 바로 해당 기업이고 그 기업에 몸담고 있는 우리 자신이다. 그러므로 보안은 우리 스스로가 지켜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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