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정부 출범 이후 금융권에도 각종 인사에서 'MB맨'들이 줄지어 물러나는 등 전 정권과의 단절 바람이 점차 거세지고 있다. 새 정부 출범 초기에는 주로 금융권 수장을 교체하는 선에서 그쳤다면 연말이 다가오면서 금융당국이 불법 비자금 조성 혐의에 대한 조사로 전선을 넓히면서 전 정권 출신의 금융인들은 긴장하는 분위기가 역력하다.
12일 금융계에 따르면 새 정부 출범 이후 이른바 MB맨으로 분류된 금융인들에 대한 금융당국의 퇴출작업이 속도를 내고 있다.
멀쩡하게 임기가 정해져 있지만 전 정권에서 임명된 기관장들이 어김없이 옷을 벗는 행태는 이번에도 변함이 없다. 공개모집과 임원후보추천위원회라는 법적 절차와 기구가 있지만 5년마다 반복되는 새 정권의 낙하산 인사 앞에서는 속수무책이다.
고려대 법대 출신으로 대표적 MB맨으로 분류되는 김봉수 한국거래소 이사장은 5월 사의를 밝히고 물러났다. 김 이사장은 오는 12월에 임기가 만료되지만 사의를 밝히기 전부터 김영선 전 새누리당 의원과 최경수 전 현대증권 사장 등이 거론됐다. 최 전 사장은 10월1일 이사장에 취임했다. 경제관료 출신에다 박근혜 대통령 대선캠프에도 몸담은 인물이어서 말이 나왔지만 수장 자리에 오르는 데 큰 걸림돌이 되지 않았다. 전 정권과의 단절 바람이 그만큼 강했다는 얘기다.
내정설이 흘러나오면서 물러난 경우도 있다.
이명박 정부 시절 임명된 김정국 기술보증기금 이사장은 8월 사퇴를 표명했다.
그의 임기만료는 내년 9월까지였다. 또 다른 금융권 MB맨들인 김경동 예탁결제원 사장, 우주하 코스콤 사장 등도 임기를 6개월 앞두고 각각 9월과 6월 사퇴 의사를 밝혔다. 이들은 박근혜 정부 출범 후 사퇴 압박을 받아왔고 비슷한 시기에 사의를 표명한 공통점을 갖고 있다.
이들 기관은 박근혜 대통령이 유럽 순방을 마치고 귀국한 만큼 곧바로 기관장 선임절차를 밟을 것으로 예상된다. 예탁결제원 사장에는 유재훈 금융위 증권선물위원이 사실상 낙점된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나머지 두 기관도 이달 중 새 수장이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금융감독원의 감사에 감사원 출신이 앉을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산하기관 인사 구도 역시 다소 바뀌고 있다.
이들과 사정은 다르지만 정책금융 개편 과정에서 진영욱 정책금융공사 사장 역시 임기를 1년 가까이 남겨놓고 10월 돌연 사임했다.
앞서 강만수∙이팔성∙어윤대∙김승유 등 이명박 정권 시절 금융권 4대 천왕으로 불렸던 수장들도 모두 자리에서 물러났다. 김승유 전 하나금융 회장이 올 2월에 미소금융재단 이사장직을 사퇴했고 강만수 전 산은금융지주 회장과 이팔성 전 우리금융지주 회장은 3월, 4월에 물러났다. 어윤대 전 회장은 올 7월 임기를 마쳤지만 최근 감독당국으로부터 KB금융지주의 ISS보고서 사태와 관련해 주의적 경고 상당의 경징계를 받았다.
최근에는 금감원이 KB와 하나금융의 비자금 조성 의혹에 대한 조사에 나서면서 당시 최고경영자였던 어 전 회장과 김 전 회장의 개입 여부에 따라 추가 징계가 이뤄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금융계의 한 관계자는 "그동안 정권이 바뀔 때마다 금융권에서도 낙하산 인사가 반복됐는데 그 결말이 좋지 않은 경우가 많았다"면서 "새 정부 들어 금융권에 전 정권과 단절하려는 바람이 불면서 올해 말 금융권에 큰 태풍이 불지 않을까 걱정스럽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