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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스타트업인 '퀄키(Quirky)'는 진화하는 플랫폼 경제의 단면을 잘 보여주는 사례다. 이른바 소셜 상품 개발 플랫폼으로 일반인들의 아이디어를 구체화시켜 제품을 만들어내고 이익을 나눈다. 제조공장은 없고 플랫폼이 제조업 역할을 하는 셈이다. 지난 2009년에 설립돼 지난해 약 5,000만달러 규모의 매출 성과를 거뒀다.
한발 더 나아가 플랫폼을 통해 급성장하고 있는 퀄키는 세계 최대 복합기업인 제너럴일렉트릭(GE) 가전 부문 인수를 추진하고 있다. 플랫폼 경제가 대세로 굳혀지면서 소규모 플랫폼 기업이 오랜 역사의 전통 제조기업을 넘보는 상황에까지 이른 것이다.
인터넷 상거래 업체 알리바바와 검색 서비스 업체 구글, 인터넷 종합 쇼핑몰 업체 아마존의 공통된 성공요인은 '플랫폼 경제'에 기반한 비즈니스로 시작해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했다는 점이다. 주목할 점은 이들 기업이 선택한 플랫폼 비즈니스가 '룰 체인지(Rule Chang)', 즉 게임의 규칙을 변화시키고 있다는 데 있다.
김진영 로아컨설팅 대표는 "플랫폼 경제가 부상하면서 새로운 산업 패러다임이 생기고 있는데 이는 플랫폼이 기존 게임의 규칙을 변화시키기 때문"이라며 "앞으로는 모든 글로벌 기업들이 플랫폼으로 모여들면서 플랫폼을 선점하기 위한 치열한 경쟁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모든 것이 플랫폼으로 모인다=정보기술(IT)에서 시작한 플랫폼 비즈니스는 이제 유통과 헬스·문구·의료에 이르기까지 전 산업 분야로 확대되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헬스케어 분야다. 의료면허 없이 오직 플랫폼만으로 환자와 병원을 연결하는 시도가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다. 삼성전자와 애플, 그리고 구글 등 거대 IT 기업 간의 주도권 전쟁이 이미 시작됐다.
삼성전자는 현재 글로벌 파트너를 늘리며 빠른 속도로 모바일 헬스케어 생태계를 확장하고 있다. 의료서비스 업체부터 건강보험 회사까지 협력자들을 폭넓게 포섭 중이다. 애플은 이미 지난 6월 헬스케어를 위한 데이터 수집·분석 소프트웨어 개발 도구인 '헬스킷'을 공개하고 시장 선점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구글도 마찬가지다. 헬스케어 플랫폼 '구글핏(Google Fit)'을 공개했다. 구글핏은 애플과의 차별성을 두기 위해 통합된 개인 건강 정보들을 외부사업자들이 활용할 수 있도록 개방하며 시장 경쟁에 뛰어들었다.
금융 분야는 이미 격전지가 된 지 오래다. IT 기업과 기존 금융회사 간 합종연횡 등이 일어나면서 이른바 금융과 IT 결합인 '핀테크' 기업의 경우 미국에만 400여개에 이를 정도다. 이에 따라 전 세계 핀테크 투자규모 역시 지난 5년간 3배 이상 증가했다.
유통 분야 역시 사정은 다르지 않다. 정부는 최근 좋은 제품을 만들고도 판로를 찾지 못해 어려움을 겪는 중소기업을 위해 유통 플랫폼 구축에 나섰다. 방송과 인터넷·모바일·오프라인을 아우르는 통합 유통 플랫폼을 통해 중소기업이 만든 혁신적 제품의 판로와 투자, 기술거래, 해외시장 개척을 연계 지원하겠다는 구상이다.
심수민 KT경제경영연구소 연구원은 "산업 전반에 걸쳐 확대되는 플랫폼 경제는 해당 업종을 좌지우지하는 시장 선점에서 가장 중요한 변수가 되고 있다"며 "시장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플랫폼 기반 비즈니스로 서둘러 변신을 꾀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게임의 규칙 바꾸는 플랫폼=플랫폼은 게임의 규칙도 바꿔나가고 있다.
중국 스마트폰 제조업체 샤오미의 경우 사실 하드웨어 업체가 아닌 소프트웨어를 기반으로 한 플랫폼 회사다. 플랫폼의 원래 취지인 개방 시스템을 설립 때부터 실천하며 사용자와 끊임없이 소통하고 의견을 반영해 독자적인 플랫폼 '미유아이(MIUI)'를 매주 업데이트한다. 샤오미 대표 레이쥔도 "샤오미는 제조업체가 아니라 하드웨어에 플랫폼을 결합시킨 인터넷 기업"이라고 소개했을 정도다. 샤오미가 바꿔놓은 스마트폰 게임의 룰은 바로 '중저가폰'이다. 고스펙 중저가폰 시장을 새롭게 만들고 이를 스마트폰 시장의 주류로 부상시켜놓았다.
당장 국내 시장에서는 내년부터 카카오 택시, T맵 택시 등 플랫폼 택시 서비스가 연달아 선을 보일 예정이다. 이들 플랫폼 택시가 국내 운송업계를 어떻게 재편해나갈지도 초미의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업계의 한 고위관계자는 "플랫폼 경제 시대하에서는 플랫폼 여부가 경쟁력을 좌우한다"며 "결국 하드웨어로는 생존하기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제조업체의 플랫폼화도 대세다. 대표적인 사례가 레고(LEGO)다. 2003년 파산 직전까지 내몰렸던 레고가 기사회생한 것도 플랫폼 때문이었다. 2004년 레고의 구원투수로 등장한 예르겐 비 크누스토르프는 아이가 아닌 성인을 위한 윈드스톰 NXT라는 프로젝트를 야심 차게 내놓았다. 로보틱스 기반 레고 제품을 플랫폼화해 새로운 부가가치를 창출하면서 5년간 매출은 2배 이상, 순이익은 1,700% 이상 급증하기도 했다.
조신 연세대 미래융합기술연구원장은 "디지털 시대에 들어서면서 플랫폼에 기반한 비즈니스 모델이 대세로 떠오르고 있다"며 "이제는 플랫폼에 누가 더 빠르게, 많은 구성원을 참여하도록 해 이익을 창출하느냐가 시장을 선점하는 데 최고의 경쟁력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