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정책

갑을관계법 줄줄이 브레이크

남양유업 사태서 불거진 대리점거래 공정화 법률 적절·실효성 논란에 주춤<br>광역단체 불공정거래 조사 일관성 상실 우려로 제동


국회에는 '경제민주화'라는 명분하에 갑의 횡포를 방지하고 을을 보호하는 다수의 '갑을관계법'이 상정돼 있다. 갑을관계 논란이 워낙 화제가 된데다 새 정부가 경제민주화를 내세웠기 때문에 대부분 통과될 것으로 전망됐다. 하지만 최근 분위기가 반전되고 있다. 재계의 반발을 수용한 박근혜 대통령이 '속도조절'을 주문한 데 이어 한때 경제민주화 '돌격대' 역할을 하던 공정거래위원회가 노대래 위원장 취임 이후 한발 물러서는 모습을 보이면서 '갑을관계법'에 브레이크가 걸리고 있다. 더욱이 갑의 횡포만 부각돼 만들어지는 법령이 되레 비틀어진 사회문화를 조성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 관련 법 제정 등에 상당한 마찰력이 발생하는 모습이다.

정부와 재계가 저지에 나선 갑을관계법은 남양유업 사태 등을 계기로 본사ㆍ대리점 간 불공정관행을 시정하기 위한 이른바 '남양유업법'이다.


야당인 민주당과 진보정의당은 대리점 문제를 별도로 규율하는 '대리점 거래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을 제정하자고 주장하고 있다. 새누리당 경제민주화실천모임의 이종훈 의원 역시 본사의 대리점에 대한 남용행위 제재를 강화하는 공정거래법 개정안을 발의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 법안들은 국회 내에서조차 반대가 적지 않다. 최근 국회에는 대리점 문제를 논의하는 '공청회'가 열렸는데 다양한 유형의 본사ㆍ대리점 문제를 법으로 규율하는 게 과연 적절한지에 대한 의문이 적지 않게 제기됐다. 국회 정무위원회의 한 관계자는 "공청회에서 법체계의 적절성ㆍ실효성에 대한 의문이 다수 나왔다"며 "올해 정기국회부터 본격적으로 논의되겠지만 법 통과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갑의 횡포에 대한 조사를 확대하기 위해 17개 광역지방자치단체에 불공정거래행위 조사권을 부여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민병두 민주당 의원은 이달 초 이 같은 내용을 골자로 한 '하도급법ㆍ가맹사업법ㆍ대규모유통업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하지만 이 법안도 법 집행의 일관성 상실에 대한 우려와 공정위의 반대에 부딪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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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수일가의 사익편취(일감 몰아주기) 규제를 강화하는 공정거래법 개정안은 공정위가 강하게 밀어붙이고 있지만 재계의 반발로 표류하고 있다. 김용태 새누리당 의원은 공정거래법에 사익편취 관련 규제를 신설하는 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현재 국회 정무위 법안소위에 계류 중인데 법안 통과 여부가 불투명하다.

공정거래법상 집단소송제도 최근 공정위가 "법리 문제, 부작용 방지장치 등에 대해 충분히 검토한 후 추진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사실상 반대한다는 얘기다.

통과가 유력한 법안도 있다. 을인 하도급 업체에 계약 관련 부담을 고스란히 전가하는 이른바 '부당특약' 설정을 금지하는 하도급법 개정안이 그것. 이는 최근 정부가 발표한 '하도급 거래 관행 개선' 대책에서 추진을 약속한 사항이다. 정무위를 통과해 법사위에 계류 중인 가맹사업법 개정안(가맹점주의 권리 강화)도 6월 국회 통과 가능성이 높다.

김능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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