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항 건설노조의 포스코 불법점거사태는 8일을 조금 넘긴 짧은 기간이었지만 노ㆍ사ㆍ민 모두에게 좀처럼 씻기 힘든 상처를 남겼다. 국가 주요 기간산업으로 분류되는 포스코는 파업과 불법점거기간 동안 막대한 생산손실과 대외 신인도 하락 위기에 봉착했고 시민들은 극심한 소요사태로 지역경제에 직격탄을 맞았다. 여기다 노조 측은 재고용 불투명에다 사법처리 감수는 물론 거액의 손해배상까지 물어야 하는 등 앞으로 벌어지는 파장에 대해 감당할 수 없는 지경에 놓였다. 이번 사태는 노ㆍ사ㆍ민 모두 ‘피해자만 있고 승리자는 없는’ 상황이 됐다. 물론 정부도 이번 사태에 있어 결코 자유롭지 않은 입장이다. 불법점거사태 발생 이후 제때 대처하지 못함으로써 사태를 악화시킨 책임을 면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아수라장된 포스코 본사=건설 노조원들이 점거, 농성을 벌였던 포스코 본사는 노조원들이 자진 해산한 뒤 아수라장으로 변했다. 현재 포스코 본사는 계단 입구부터 떼어낸 콘크리트 조각과 돌ㆍ쓰레기ㆍ유리조각ㆍ서류함 등이 사방에 널브러져 있다. 특히 계단 입구쪽 사무실은 집기 등이 모두 파손되거나 없어지고 옷가지 등이 가득 쌓여 있어 형체도 알아보기 힘들 정도다. 또 6층 이상은 아직도 의자와 사무실 집기 등을 끈으로 엮어 만든 바리케이드가 그대로 남아 있다. 포스코는 본사 건물을 정돈해 정상 운영하는 데 상당한 시일이 걸릴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고립무원된 노조=이번 포스코 점거사태에 참여했던 상당수 노조원들은 “노조 지도부에 속았다”는 불만을 대거 드러내 지도부 자체가 와해될 처지에 놓였다. 이 때문에 노조 측은 그 동안 사측 등과 80% 이상 합의한 쟁점사항에 대한 보장을 받기 어려울지도 모르는 상황을 맞았다. 또 포스코 측으로부터 파업과 점거 농성으로 인해 발생한 손실에 대해 엄청난 금액의 손해배상 소송을 당할 수밖에 없는 처지인데다 파업을 주도한 노조지도부 20여명은 어떤 형태로든 사법처리를 면치 못할 신세가 됐다. 게다가 일반 노조원 100여명도 경찰의 해산 권고에도 응하지 않고 마지막까지 현장에 남아 있던 바람에 현행범으로 체포되는 등 대규모 사법처리가 불가피한 상황이다. ◇정상 찾는 포항시민들=포항 건설노동자들의 포스코 본사 점거사태가 막을 내린 21일부터 포항시내는 빠른 속도로 정상을 회복하고 있다. 우선 이번 사태 여파로 내장객 수가 예년의 32%나 급감했던 포항시내 7개 해수욕장은 이번주 말부터 내장객 수가 회복될 것이란 기대에 부풀어 있다. 또 죽도 시장 등 주요 상가 등도 이날부터 서서히 손님들의 발길이 잦아지고 있다. 소모(46ㆍ포항시 흥해읍)씨는 “이번 일로 불법 집단행동이 근절되고 시민들도 힘들었던 포항경기를 되살리는 데 힘을 모으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