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시론] 소주세율 인상 강행, 속셈은 뭔가

야당은 물론이고 여당까지도 반대하는 소주세율 인상안을 밀어붙이려는 정부의 태도는 선뜻 이해하기 힘들다. 주세법 개정안은 국회에서 통과돼야하는 사안이니 정부가 여야의 반대를 무릅쓰고 강행한다고 해서 될 일이 아니다. 게다가 서민생활과 직결된 소주세율 인상에 대한 당정의 조율이 장기간 난조를 보이면시장과 국민에게 `이중 신호'를 보내 정책의 불확실성을 키울 소지가 크다는 면에서도 비판을 면키 어렵다. 지금 우리 경제가 매우 곤란한 상황에 놓인 큰 이유의 하나로 지목되고 있는 정책의 일관성 결여를 새삼 떠올리게 하는 대목이다. 입법권을 쥐고 있는 당이 `퇴짜'를 놓았는데도 정부가 `막후 조정'을 생략한 채`각의 의결'이라는 배수진을 치고 나온 배경이 정말 궁금하다. 정부안대로 소주세율을 72%에서 90%로 인상하면 공장 출고가가 800원에서 897원으로 올라 내년에 3천200억원 가량의 세수 증대가 예상된다지만 겨우 그 정도 갖고 당정이 공공연히 힘겨루기를 연출하지는 않을 것이다. 국민 건강 차원에서 독한 술을 마시지 못하도록 세금을 올리겠다는 구실은 차라리 코미디에 가깝다. 과문인 탓인지 지난 2000년 1월부터소주세율이 종전의 35%에서 두 배 이상으로 올랐으나 소주 소비가 줄었다는 이야기는 들어보지 못했다. 우리는 담뱃값을 올릴 때에도 같은 논리를 내세웠지만 실제 결과는 영 딴판이었음을 생생히 기억하고 있다. 그보다는 여론이 워낙 불리해 어차피 성사되지 못할 것이라는 판단 아래 정부는일단 밀어붙이고 나중에 당에서 `선심용'으로 생색을 내는 모양새를 갖춰 주려는 전략적 접근이 아니냐는 분석에 설득력이 실린다. 아울러 소주에 시선을 집중시킨 뒤양보하는 제스처를 취함으로써 액화천연가스(LNG) 세율 인상이나 신용카드 소득공제축소 등에 대한 반대 여론의 강도를 누그러뜨리려는 속셈이 아니냐는 의구심도 제기되고 있다. 어느 쪽이든 국민을 업신여기는 그릇된 발상이기는 매한가지다. `세수 대란'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니 재정이 매우 궁핍하다는 것쯤은 능히 짐작이 간다. 그러나 소주와 LNG 세율 인상과 신용카드 소득공제 축소 등 서민과 월급쟁이들의 호주머니를 쥐어짜서 부족한 세금을 벌충하려는 정부의 안이한 자세에는 결코 동의할 수 없다. 서민들은 가뜩이나 소득과 소비의 양극화로 삶이 갈수록 고달파지고 있는 터에 정부마저 등을 돌린다면 누구를 믿고 살라는 말인가. 재정이 정 안좋다면 우선 불필요한 씀씀이부터 줄여야 한다. 지금 이 순간에도 곳곳에서 세금이줄줄이 새고 있지 않은가. 그래도 부족하다면 공기업 등 정부 보유 지분과 잡종지를비롯한 국유지 매각 등 다른 대안을 검토하는 게 순서다. 그리고 경기 회복을 통해세금이 늘어나기를 도모해야 한다. 서민들에게 기대는 것은 가장 나중이어야 한다. (서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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