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사규는 두 달 간격으로 주는 정기상여금 지급 대상자를 '두 달 동안 15일 이상 일한 경우'로 제한하고 있다. 그래서 통상임금의 3대 요건 중 하나인 고정성이 결여돼 있다. 고정성은 퇴직 여부 등과 상관없이 근무일수 만큼 일할(日割)지급해야 충족된다. 그게 통상임금과 관련한 지난해 말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의 핵심 요지다. 그런 점에서 통상임금과 관련한 현대차의 상황은 정기상여금을 통상임금에 포함하기로 합의한 쌍용차·GM대우 등과 성격이 다르다.
현대차가 노조의 요구대로 정기상여금을 통상임금에 포함하는 선심성 조치를 취할 경우 그로 인한 부작용은 엄청나다. 자사는 물론 수많은 협력업체 등까지 인건비 급증의 폭탄을 맞게 된다. 고용노동부가 1,000여개 사업장을 대상으로 정기상여금의 일할지급 여부를 조사한 바에 따르면 3분의2가량이 현대차와 마찬가지로 고정성을 충족하지 못했다. 현대차 협력업체의 상당수도 마찬가지다.
현대차는 법과 사규를 무시하고 자신의 밥그릇만 키우려는 노조 측의 요구를 수용해서는 안 된다. 노조 파업이 연례화·만성화된 데는 생산차질에 따른 손실을 줄이겠다며 원칙을 내팽개쳐온 사측의 책임도 크다. 내수는 물론 해외 판매에서 유럽·일본차의 약진에 밀려 운신의 폭도 좁아지고 있다. 평균 연봉이 9,500만원을 넘고 생산라인 증설·교체에 따른 인력 재배치 사전동의권 등까지 장악한 슈퍼갑(甲) 귀족노조의 명분 없는 파업에 또다시 휘둘린다면 현대차는 물론 한국 자동차산업의 미래는 없다.
현대차는 노조의 비협조에 해외 투자 확대로 대응해왔다. 이미 해외 생산량이 전체의 절반을 웃돈다. 노조의 세 과시용 파업은 자신들의 일자리를 외국으로 내몰 뿐이다. 노조는 대법원 판결에 어긋나는 특혜를 요구할 게 아니라 사측과 임금체계를 합리적으로 개선하기 위해 머리를 맞대야 할 것이다. 그것이 국내 공장의 경쟁력을 높여 자기들 일자리를 지키는 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