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타임스(FT)는 7일 골드만삭스·크레디트스위스 등 18개 대형은행이 위기에 직면한 금융기관에 대해 일괄청산(close-out) 방식으로 파생상품 계약 거래를 종료할 수 있는 권리를 포기하기로 합의했다고 보도했다.
일괄청산이란 금융거래 당사자 중 한쪽이 부도를 내면 거래를 중단하고 서로 얽힌 총채무액에서 총채권액을 상계처리 방식으로 차감한 뒤 남은 순채권액만 정산해 갚도록 하는 방식이다. 국제스와프파생상품협회(ISDA)는 지난 1987년부터 기본계약서에 일괄청산 방식을 적용해 전 세계 주요 투자가들은 선물 등의 금융거래 때 이를 준용해왔다. 이는 본래 금융기관 부실이 발생하면 신속히 채권·채무관계를 정리해 위기확대를 방지하려는 차원에서 도입됐다. 그러나 2008년 리먼 사태 때처럼 어느 한 금융사가 신용경색을 겪으면 다수의 거래기관이 줄줄이 거래계좌를 닫고 일괄청산에 나서는 사태를 촉발해 도리어 연쇄도산과 시장불안을 초래하는 맹점이 드러나면서 해당 규약 등의 개정 필요성이 꾸준히 제기돼왔다.
이에 따라 지난 수개월간 ISDA의 중재 아래 주요 금융기관들이 협의를 벌인 결과 이번 18개 기관의 합의가 도출됐다고 FT는 전했다. ISDA는 이번 합의에 힘입어 조만간 표준규약(protocol) 개정안을 발표할 것으로 보인다. 개정안은 내년 1월부터 발효될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새 규약이 나와도 파생상품거래에 따른 연쇄부도 우려가 완전히 해결되지는 않는다. 새 규약은 정부나 의회가 법규로 강제하는 게 아니고 민간의 자율적 합의 형식이어서 적용 사각지대가 발생하는 탓이다. 예컨대 블랙록 같은 거대 기관투자가들에는 개정될 표준계약서가 적용되지 않는다고 FT는 분석했다. 특히 부도난 금융사의 파생상품계약 상대방이 해외 투자가일 경우에는 더욱이 이번 개정안의 강제적용이 어려울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