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산업일반

월풀 공세에 조목조목 반박… 1만6000쪽 설득전략 통했다

■ ITC, 삼성·LG 냉장고 덤핑판정 기각<br>"과세로 값 오르면 美소비자만 피해"<br>양사 손잡고 신속 대응 승리 이끌어<br>세탁기 등 다른 제소에도 영향 줄듯


삼성전자와 LG전자가 미국 가전업체인 월풀의 반덤핑 태클을 강인한 뚝심으로 제압했다.

18일 외신 등에 따르면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는 상무부가 지난 3월 삼성전자와 LG전자의 하단냉동고형 냉장고에 내린 반덤핑ㆍ상계관세 부과 결정에 대해 부정적 결정을 내렸다.


이는 두 회사의 빈틈없고 적극적인 대응의 승리였다. 삼성전자가 지난 1년 동안 ITC에 제출한 문건의 양만 총 1만6,000쪽에 달한다. 300쪽 책으로 50권이 훌쩍 넘는 분량이다.

삼성과 LG의 대응은 처음부터 끝까지 신속하면서도 치밀했다. 지난해 3월 말 삼성전자와 LG전자의 미국법인 및 한국 본사에 미국 상무부와 ITC의 공문 한 장이 각각 날아들었다. 미국의 가전 강자 월풀이 프렌치도어 냉장고 덤핑 혐의로 삼성전자와 LG전자를 제소했다는 내용이었다. 프렌치도어 냉장고는 양문형 냉장고 하단에 서랍형 냉동고가 부착된 형태의 프리미엄 제품으로 삼성전자와 LG전자의 전체 미국 수출물량에서 40~50%를 차지하는 핵심 품목이다. 미국 냉장고시장도 지난해 72억달러 규모로 유럽ㆍ한국과 함께 국내 업체들의 세계 3대 시장으로 꼽힌다. 머뭇거릴 일이 아니었다.


두 회사는 즉각적인 대응에 나섰다. 삼성전자의 경우 재경실 산하 통상그룹이 컨트롤타워 역할을 맡았다. 생활가전사업부 및 미국 법인과의 공조체제를 구축해 대응 논리와 자료를 만들어냈다. LG전자 역시 세무통상담당 조직이 홈어플라이언스 사업부 등과 협력하는 것은 물론 외부의 전문 법무법인을 고용해 월풀의 공격에 대응하기 시작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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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C와 미국 상무부의 조사와 자료 요청은 1년 내내 진행됐다. 다만 상황이 쉽지만은 않았다. 미 상무부와 ITC는 미국 기업에 유리한 판결을 내린다고 일반적으로 알려져 있다. 실제 미 상무부는 지난해 10월 삼성전자와 LG전자를 상대로 반덤핑 과세 부과 예비판정을 내린 데 이어 지난달에는 최종 판결을 내렸다. 삼성전자는 15%대의 관세율을 부과 받았고 LG전자는 무려 30%대였다.

마지막 희망은 ITC의 최종 판결. 삼성전자는 ITC 설득전략으로 두 가지 논리를 내세웠다. 첫째는 미 상무부의 반덤핑 판단 가격 기준이 잘못됐다는 논리다. 연중 전체 판매 가격이 아니라 가격이 쌀 때만 콕 집어 적용하는 이른바 '제로잉'은 세계무역기구(WTO)에서도 인정하지 않는 방식이라는 점이다. 둘째, 반덤핑 과세를 통해 미국 내 냉장고 판매가격이 오를 경우 그 피해는 고스란히 미국 소비자가 입게 된다는 점이었다.

결국 삼성전자와 LG전자는 최종적인 승리를 거머쥐었고 이로써 상무부가 결정한 반덤핑 과세부과가 없던 일이 되면서 두 회사의 미국 냉장고 수출은 더욱 늘게 됐다. 지난해 4ㆍ4분기 기준 미국 프렌치도어 냉장고시장은 삼성전자와 LG전자가 각각 26%, 20.4%로 나란히 1, 2위를 차지하고 있다. 삼성전자의 한 관계자는 "이번 판결로 국내 업체들이 미국 시장에 가지고 있던 경쟁 우위가 계속 이어지게 됐다"고 반색했다.

특히 한국 기업을 대상으로 한 월풀의 끊임없는 딴지걸기에도 제동이 걸렸다는 것이 업계의 분석이다. 월풀은 현재 한국산 세탁기 역시 미 상무부 등에 반덤핑 혐의로 제소 중이며 LG전자 등이 냉장고 특허기술을 침해했다는 소송도 미국에서 진행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이번 판결이 남은 월풀의 제소 건에도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라며 "이번 판결은 오히려 미국 소비자들에게 한국산 제품의 경쟁력을 알리는 계기가 돼 판매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임지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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