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데스크 칼럼] 구글 독과점, 한국 예외 아니다


유럽은 요새 구글과의 전쟁이 핫이슈다. 주제는 다름 아닌 구글의 독과점이다. 유럽 400여 인쇄 매체가 구글을 상대로 반독점법 위반 소송을 제기하겠다고 나섰다. 한발 더 나아가 지그마어 가브리엘 독일 부총리 겸 경제장관은 "만약 구글이 시장 내에서 압도적 위치를 악용해 경쟁자를 억압하려 할 경우 구글을 강제 분할하는 조치 역시 심각하게 고려해야 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사실 유럽 각국은 오래전부터 구글의 독과점을 예의 주시해왔다. 구글이 자국의 토종 엔진들을 죽이고 유럽 검색엔진 시장을 장악하는 등 네트워크 독점이 매우 심각한 상태이기 때문이다. 최신 자료에 의하면 유럽 인터넷 검색 시장에서 구글의 점유율은 무려 90% 이상이다. 한마디로 '구글 천하'인 셈이다.


한가지 주목할 점은 유럽에서 최근 논의되는 구글 독과점이 과거와 다르다는 것이다. 과거 유럽에서 구글 독과점은 인터넷 검색 시장 장악을 통한 불공정 거래 행위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 최근 독과점 이슈는 플랫폼을 넘어 구글이 꿈꾸는 '구글 월드(Google World)'에 대한 경계심에서 나오고 있다. 유럽 한 매체는 이에 대해 "사람들이 아는 것보다 훨씬 더 구글은 강력하다"는 말로 대신했다.

현재의 구글을 보자. 검색 시장은 한국과 중국 등을 빼놓고는 구글이 주도하고 있다. 동영상 시장은 자회사 유튜브가 전 세계 시장을 장악했다.

점유율·플랫폼 넘어 구글월드 우려

사업 영역은 이뿐만이 아니다. 전자상거래에도 진출했고 모바일 결제 시장에서도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다. 이것으로 끝나지 않는다. 모바일 메신저, 무인자동차, 3차원(3D) 프린팅, 로봇, 무인기 등 최첨단 분야에서 손을 안 댄 곳이 없을 정도다. 구글은 과거 10년간 130여개 기업을 인수했고 앞으로도 최대 300억달러를 인수합병(M&A)에 사용할 예정이다.


국내 모 전문가는 "미래 시장의 최대 승자는 구글이 될 것"이라며 "구글로 검색해 정보를 얻고, 구글에서 물건을 사고 돈도 보내고, 구글이 만든 자동차 등 첨단 정보통신기술(ICT) 기기를 사용하는 시대가 머지않아 도래할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 유럽의 구글 독과점 이슈는 한마디로 현재보다 미래 독과점에 대한 우려가 담겨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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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각을 돌려 우리나라를 보자. 네이버가 인터넷 검색 시장을, 카카오가 모바일 메신저 시장을 주도하고 있다. 그렇다고 한국은 구글의 독과점에서 자유로울까. 정답은 '노(no)'다. 현재의 시장만 놓고 봐도 동영상 시장은 구글의 유튜브가 80%에 가까운 점유율을 기록했다. 모바일 검색 시장에서 구글은 이미 네이버를 앞섰고 여러 시장에서 점유율을 높여가고 있다. 게임사들은 구글 플레이를 통해 게임을 내놓을 때 매출의 30%를 수수료로 납부하는 상황이다.

독과점의 더 큰 문제는 앞으로다. 한국도 구글이 야심 차게 추진하는 구글 월드에서 예외가 아니다. 구글 월드는 한국 ICT 산업 발전을 이끌 수도 있지만 결과적으로 국내 산업의 잠식을 의미한다. 국내 정보기술(IT)업계는 이미 초긴장 상태다. 다른 업계 관계자는 "(구글에 대해) 무섭고 두렵다"는 말로 대신했다. 앞으로 어떻게 구글이 독과점 영역을 넓힐지 감조차 잡기 힘들기 때문이다.

앞서 우리나라 공정거래위원회는 구글이 안드로이드 운영체제를 공급하면서 다른 검색 프로그램을 배제한 것에 대해 독과점 무혐의 결론을 내린 바 있다.

IT산업 규모 키우는 정책 필요

그 이후 구글의 독과점에 대해 조사하거나 연구하고 있다는 이야기가 들리지 않는다. 유럽에서 불거진 구글 독과점 이슈는 한국 입장에서 먼 외국 이야기가 아니다. 우리나라도 구글의 현재뿐 아니라 미래의 독과점 여부에 대해 정밀한 파악과 연구가 필요한 상황이다.

구글 독과점 못지않게 국내 IT 산업에 대한 새로운 시각도 필요하다. 일부 업체가 시장을 장악하다 보니 최근 들어 산업 진흥보다는 규제로 방향이 옮겨가고 있다. 토종 인터넷 기업이 구글과 애플, 페이스북, 텐센트 등 외국 거대 IT 기업과 경쟁하기 위해서는 기본적으로 '규모'가 돼야 하는데 이것이 어려워지고 있는 것이다. 외국 IT 기업에 비해 빈약한 규모로는 경쟁 자체가 힘들다는 것을 잊어서는 안 될 것 같다.

/이종배 정보산업부장 ljb@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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