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이 라디오 연설을 통해 예산집행실명제를 도입하겠다고 밝혀 느슨한 예산집행과 관리체제가 강화될 것으로 기대된다. 연이은 복지비 비리에서 보듯 예산누수 현상이 위험수위에 이르렀다. 실명제를 도입해 중앙정부에서부터 최종 예산집행자에 이르기까지 실명을 기록해 남긴다면 해당 공무원들의 책임감을 강화하고 비리개입 여지를 줄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예산 횡령 같은 비리도 심각하지만 합법적인 사업을 가장한 낭비가 더 큰 문제다. 예산집행실명제를 실시하더라도 막대한 혈세가 합법적으로 새는 것까지 막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가령 지방자치단체장의 판단에 따라 임의로 쓸 수 있는 지방교부금의 경우 중앙에서 내려간 이들 예산은 국민의 삶의 질을 높이고 국가경쟁력을 높이는 데 쓰이기보다 잡다한 호화청사를 비롯해 낭비성 행사나 사업, 단체장의 치적을 홍보하기 위한 전시용 사업과 같은 낭비로 이어지는 경우가 적지않다. 이용가치가 전혀 없는 잡동사니에 예산을 낭비하고서 명물이니 문화행사니 하고 떠들어대기도 한다. 특히 예산집행 현장의 입장을 충분히 반영하고 지자체의 자율성을 높인다는 취지로 도입한 톱다운 방식도 예산낭비를 부추기고 있다는 지적이다.
매칭펀드 방식 역시 지방정부의 재정자립을 북돋는다는 취지로 활용되고 있으나 중앙정부의 적은 인력으로 지방사업을 제대로 점검하기가 쉽지 않다는 점에서 예산낭비의 소지가 있기는 마찬가지이다. 따라서 해마다 엄청난 예산낭비를 줄이려면 예산실명제와 함께 예산집행 시스템을 점검해 개선할 필요가 있다. 특히 주민들이 불필요한 예산집행을 막을 수 있도록 주민감시제도를 활성화한다면 적지않은 도움이 될 것이다. 무엇보다 국회의 겉핥기식 결산심의를 강화하는 한편 감사원의 회계감사를 통해 예산전달 과정도 합리적으로 바꿔나가야 할 것이다.
이 대통령은 “공직자가 예산을 낭비하는 것도 일종의 범죄라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예산낭비를 없애려면 어떤 것이 낭비인지부터 가려내야 한다. 가령 흉물스러운 말뚝 박기, 울타리 치기. 멀쩡한 보도블록 교체와 같은 고질적인 예산낭비를 근절하기 위해서는 예산집행 시스템 개선을 통해 처음부터 잡다한 낭비성 사업에 대한 예산배정 자체를 없애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