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산업일반

회장님 전용기 더 멀리 난다

"이동 시간 줄여라" 연료탱크 등 추가 장착 운항거리 늘려

삼성그룹 전용기 B737-BBJ

현대차그룹 전용기 B737-BBJ

SK그룹 전용기 G550

지난달 29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그룹 전용기를 타고 미국 시애틀로 출장을 떠났다. 이 부회장이 탑승한 전용기는 삼성그룹이 지난 5월 미국 보잉사로부터 도입한 B737-BBJ를 새로 개조한 모델이다. B737-BBJ는 보잉사의 단거리용 여객기인 좌석 수 132석의 B737-700 기종을 비즈니스용으로 개조한 항공기로 세계 유명 부호들이 가장 애용하는 전용기로 잘 알려져 있다. 전용기 제작사인 보잉은 '전자 거인'이라는 뜻의 B737-EG(Electronic Giant)를 삼성 전용기의 고유 코드명으로 선물했다.

삼성은 이미 2002년 B737-BBJ를 처음 구입한 뒤 2008년 같은 기종으로 한 차례 교체를 거쳐 그룹 전용기로 운영해왔다. 하지만 이 비행기는 운항 거리가 1만㎞에도 못 미쳐 서울에서 출발해 미국 동부 지역으로 갈 경우 중간 급유를 거쳐야만 했다.

삼성이 이번에 새로 도입한 전용기에는 연료탱크를 추가로 장착함으로써 중간 급유 없이 미국 전역으로까지 논스톱 운항이 가능하도록 했다. 앞으로 그룹 전용기를 이용해 미국 동부 지역으로 출장을 떠나는 삼성 사장단은 중간 기착을 하지 않아도 돼 시간을 더욱 아낄 수 있게 된 셈이다. 대신 좌석 수가 15석으로 기존 전용기보다 3석이나 줄어들었다.


정몽구 현대자동차그룹 회장도 5일 최근 새로 교체한 전용기를 타고 미국 출장길에 올랐다. 새 전용기는 삼성 전용기와 같은 보잉사의 B737-BBJ 기종으로 역시 보조 연료탱크를 추가 장착해 항속거리를 늘려 미국 동부까지 논스톱으로 운항이 가능한 것이 특징이다. 이로써 정몽구 회장을 비롯한 현대차그룹 경영진은 미국 동부 앨라배마주의 현대차 공장과 조지아의 기아차 공장을 중간 기착 없이 보다 편하게 둘러볼 수 있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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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그룹도 최고경영층이 이용하는 전용기를 기존 미국 걸프스트림의 G550에서 에어버스사의 A319 기종으로 바꾸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전용기를 보유한 국내 기업 가운데 프랑스 에어버스가 제작한 모델을 구매한 것은 SK그룹이 처음이다. SK의 새 전용기는 올해 말 인테리어 작업을 마치고 국내로 인도될 것으로 알려졌다.

대기업 총수와 최고경영진이 전용기를 애용하는 것은 시간과 장소의 구애를 받지 않고 전세계를 무대로 뛸 수 있기 때문이다. 기내에서 임원들과 회의를 할 수 있는 것은 물론 직항이 없는 지역과 소형 공항에도 이착륙이 가능한데다 별도의 전용기 터미널을 이용해 통관과 검색시간을 줄일 수도 있다. 특히 국내 기업들의 해외사업 비중이 점차 높아지면서 전용기의 활용가치는 더욱 높아지고 있다.

전용기 한 대의 가격은 500억원에서 900억원대에 달하며 실내 개조비용 등을 더하면 1,000억원을 훌쩍 넘는다. 게다가 연간 운영 비용만 한 대당 최소 50억~200억원에 이른다.

현재 국내 대기업 가운데 전용기를 갖고 있는 곳은 삼성·현대차·LG·SK·한화 등 5개 기업이다. 삼성은 B737-BBJ 외에 캐나다 봄바디어가 제작한 글로벌 익스프레스를 보유하고 있으며 LG그룹은 걸프스트림의 G550, 한화는 보잉의 B737-BBJ를 전용기로 사용하고 있다. 이 밖에 한진그룹도 비즈니스용 비행기 2대를 보유하고 있지만 그룹 경영진의 전용기가 아닌 대여사업에 활용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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