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신문광고 전문가들 “유치하다” 평가했지만/20회 게재 9개월 판촉신뢰·방어향상 ‘1석3조’사람들은 처음에는 그 광고를 보고 웃었다. 광고 전문가들은 「유치하다」고 비웃었다.
그러나 그러면서도 그 문구를 읽어보지 않을수 없었고, 한번 읽어본 사람들은 이상한 감동을 받았다. 그리고 다음 광고를 기다리게 됐다.
광고가 처음 나간 것은 88년 3월1일자 조선일보였다.
이날 조선일보 1면 아래의 5단통으로 실린 광고는 그 내용이 특이했다. 「매월 1일, 15일 조선일보 광고란에 아래 목차와 같이 연재됩니다」라는 제목을 고딕으로 굵게 뽑은 다음 그 아래에 게재할 날짜와 내용이 마치 한 권의 책 목차처럼 자세하게 적혀 있었다.
예를 들면 「3월15일:이 땅에 좋은 우유가 뿌리를 내리고 우리 회사가 살아남기 위하여 부득이 이렇게 할수밖에 없는 경위」 「4월1일:우유논쟁이 진짜논쟁에서 가짜논쟁으로 반전하게 된 동기와 일본에서의 같은 사례」 「4월15일:파스퇴르우유와 기존 우유는 어떻게 다른가」 「5월15일:건대 Y교수의 발언은 과연 공부한 분의 말인가?」 「6월1일:기존우유는 우유의 고온처리법 입장에서조차 가짜라고 하는데 왜 가짜일까?」 「7월1일:기존 우유를 마시면 해되는 점까지 있다고 하던데?」 「7월15일:관련 관청의 관련부서와 기존 유가공협회로부터 받은 압박, 과연 이런 방법은 정당한 방법이었던가?」 「8월17일:파스퇴르우유가 좋고 기존 우유가 나쁘다는 것이 알려지면 우유소비가 줄어 낙농하는 사람에게 타격이 온다고 기존 우유공장에서 말하는데 과연 목장 주인에게 불이익이 될 것이냐, 이익이 될 것이냐」 「9월1일:우유의 정체란 무엇이냐」 「9월15일:유제품에 대한 우리 회사의 제언」
3월부터 9월까지 장장 6개월에 걸쳐 보름에 한번씩 13회에 걸쳐 진행될 광고의 목차가 예고된 것이다.
이 광고는 예고했던 그대로 진행되지는 못했다. 중간에 상황이 심화, 확대됐기 때문에 새로운 상황에 대처하여 내용이 바뀌고 횟수도 늘어났다.
그리하여 전대미문의 이 시리즈광고는 그해 12월30일까지 9개월간, 20회에 걸쳐 게재됐다. 그동안 주요 일간지중의 하나인 J일보와의 「전쟁」도 이 광고를 통해 치러냈다.
독자들은 파스퇴르광고를 통하여 우유에 대한 풍부한 상식을 얻게 됐고, 어떤 신문기사보다 더 상세하게 돌아가는 사정을 알게 됐다.
그리하여 처음에는 거부반응을 보였던 사람들도 차츰 고집스러운 이 기업을 이해하고 신뢰하기에 이르렀다. 결과적으로 「최명재식 광고」는 파스퇴르우유의 판매를 촉진했고, 제품에 대한 신뢰도를 높인 것은 물론 그를 공격하는 상대들에 대해 자신을 변호하고 방어하는 유일한 무기로써 1석3조의 효과를 거둔 셈이 됐다.
그러나 「전쟁」은 쉽지 않았다. 특히 정부기관에 밉상으로 보이면 하루 아침에 대재벌 기업이 풍비박산이 나버리던 80년대의 풍토속에서 신문광고 하나만을 무기로 싸운다는 것은 보통 용기와 고통, 인내심으로는 감당하기 힘든 일이었다.
당연히 「진짜우유」논쟁은 이론과 사리를 따지는 논쟁의 마당을 벗어나 법정송사로 옮아갔다. 이 싸움은 최회장에게 불리한 전장이었다.<이청 작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