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지방에서 공급되는 아파트들의 분양가가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지만 분양은 잇따라 성공을 거두고 있다.
이런 현상은 작년 말 분양권 전매제한이 `입주 뒤'에서 `계약 1년뒤'로 완화된 지방 광역시에서 두드러지는데, 각종 중도금 혜택으로 계약금만 내면 전매시까지 추가부담이 없는 경우가 많아 투기수요를 대거 끌어들이고 있기 때문으로 분석됐다.
이에따라 높은 분양가에 대한 저항감이 사라지면서 분양가와 주변 집값을 끌어올리고 실수요자들은 높은 분양가에 치이고 당첨 가능성은 줄어드는 한편 기존 집값은 뛰는 삼중고에 시달려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따라서 이번 기회에 분양권 전매제한 완화를 재검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힘을얻고 있다.
◆ 비싼 분양가가 투기세력에겐 호재 둔갑
6일 업계에 따르면 대구 수성구에서 분양된 아파트 `태영 데시앙'은 66평형의 분양가가 평당 1천39만원으로 이 지역최초로 평당 1천만원을 돌파했지만 1순위에서 모두 마감될 정도로 인기가 높았다.
34평형이 21.6대 1의 높은 경쟁률을 보이고 66평형도 2.14대 1의 청약 경쟁률을 기록하는 등 평균 5.6대 1의 경쟁률로 1순위에서 전 평형이 마감됐다.
분양가가 6억8천만원이 넘는 66평형을 사는데 당장 필요한 돈은 분양가의 10%인 계약금 6천800여만원. 이 돈만 내면 전매가 가능한 내년 7월은 물론 2007년 5월까지한 푼도 추가로 들지 않는다.
업체측이 중도금 50%에 대해 대출을 알선함은 물론 이자도 입주시 내도록 했기 때문이다.
그러니 집값이 오를 것으로 기대하는 투기세력에게는 치솟는 분양가가 안중에도 없는 것은 물론 오히려 `분양가가 비쌀수록 프리미엄은 더 붙는다'며 전매차익을 키워줄 호재로 둔갑하는 셈이다.
현대산업개발이 지난달 광주에서 분양한 `운암산 아이파크'도 복층으로 설계된 52평형 최고층의 평당 분양가가 739만원에 이르러 종전 최고보다 200만원이나 비싸고가논란을 빚었지만 분양은 평균 3.8대 1의 경쟁률로 성공적이었다.
이 아파트도 계약금 10%만 내면 중도금을 4회차까지 무이자로 대출해 줘 2007년초까지 전매하면 추가 자금이 필요없다.
한화건설이 부산 해운대구에서 지난달 말 선보인 `메가 센텀-한화 꿈에 그린'도 평당 최고 835만원의 적지 않은 분양가로 공급했지만 청약은 1,2순위에서 30평형대가, 3순위에서 46-52평형대가 마감됐다.
이 아파트도 역시 계약금 10%만 내면 중도금 4회차까지 이자후불제가 시행된다.
이처럼 부산, 대구, 광주, 울산, 경남 창원, 양산 등 분양권 전매가 계약 1년뒤 가능해진 지역에서 나온 단지들은 대부분 계약금만 내면 추가 자금이 필요하지않아 사실상 전매 제한 효과가 사라졌다는 지적이다.
◆ 각종 부작용 양산.."전매제한 완화 재검토 해야"
이처럼 건설사의 중도금 금융혜택이 정부의 전매제한 완화와 맞물려 투기세력들을 잔뜩 끌어들이면서 각종부작용을 양산하고 있다.
우선 투기수요의 청약 참여로 정작 실수요자들은 당첨 가능성이 크게 줄어든다.
또한 작년과 달리 분양시장이 호조를 보이는데도 업체들이 여전히 중도금 혜택을 주면서 이에따른 금융비용을 고스란히 분양가에 더해 분양가 상승을 부추긴다는지적이다.
업계 관계자는 "분양을 시작하면서 중도금 혜택을 주는 것은 대부분 분양가에 비용이 반영되기 때문에 실수요자 입장에서는 언제내느냐만 다를 뿐 부담은 크게 다르지 않다"면서 "심하게 말하면 투기세력를 위한 혜택인 셈"이라고 말했다.
주변 집값을 끌어올리는 것은 물론이다.
올 들어 잇따라 최고 평당 분양가를 경신하고 있는 대구는 상반기 집값 상승률이 4.8%로 지방에서 가장 높았고 서울(5.7%)과 경기도(5.4%)에 맞먹을 정도였다.
이에따라 지방 광역시의 분양권 전매제한 완화를 재검토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다.
작년 11월 전매제한을 완화할 당시 지방 분양시장이 워낙 침체돼 있었지만 지금은 많이 살아나 건설경기 경착륙에 대한 우려도 많이 없어졌기 때문이다.
건설산업전략연구소 김선덕 소장은 "전매제한 완화는 수요를 부풀린다"면서 "정책 일관성 측면에서 입주 뒤까지 전매를 다시 금지하기는 부담스럽겠지만 각종 부작용이 나오고 있는 이상 정부도 이를 신중하게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이정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