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타노 다케시감독 '기쿠지로의 여름'
무서운 얼굴과 무뚝뚝한 말투, 취미는 경륜ㆍ도박ㆍ술ㆍ여자. 알록달록한 꽃무늬 셔츠를 즐겨 입고 맨발에 슬리퍼를 끌고 다니는 50대 백수아저씨 기쿠지로.
묻는 말에만 아주 짧게 "응!"이라 답하는 과묵한 9살의 소년 마사오. 일 나간 할머니가 차려 논 점심상을 혼자서 먹는 모습이 측은하지만 씩씩하다. 취미는 축구와 그림일기 쓰기.
감독이며 배우, 코미디언인 기타노 다케시 감독ㆍ주연의 '기쿠지로의 여름'은 9살 소년 마사오보다 더 철부지 아저씨 기쿠지로가 여름방학때 엄마가 보고싶다고 무작정 길을 떠나는 마사오와 동행하면서 벌어지는 해프닝을 그린 로드 무비다.
전혀 어울릴 것 같지 않은 어른과 아이가 처음엔 삐걱되다가 점차 서로를 이해하게 된다는 내용의 가족영화다.
이 영화의 감상포인트는 놀기에 바빠 자꾸 딴길로 새는 기쿠지로와 기쿠지로에게 여자 친구의 선물을 빼앗긴 폭주족 남성 듀오와 자동차에 온갖 살림살이를 싣고 전국을 돌아다니는 청년들이 함께 엮어가는 우스꽝스런 모습들을 놓지지 말고 보는 것이다.
각자 웃음의 베스트로 관객을 즐겁게 한다. 여기에 무표정한 얼굴에 미소를 잔뜩 머금고 웃음을 선사하는 기타노 다케시의 연기력 또한 압권이다. 30일 개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