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이글스 구단주)가 노무현 대통령이 참석한 지난 17일 프로야구 올스타전에서 자신의 지정석에 앉지 않고 노 대통령 바로 옆자리에 앉아 사인볼 3개를 받은 행동에 대해 뒷말이 무성하다.
청와대내에서는 `아무리 재벌총수 신분이지만 대통령의 의전과 경호를 생각하면 말도 안되는 행동이었다`며 어이가 없어 하는 반응이고 재계에서는 `러브콜이 지나친 게 아니냐`는 비아냥이 흘러나온다.
18일 청와대 및 현장 관계자들에 따르면 김 회장은 당초 2층 로열석 노 대통령의 뒷줄에 자리가 배치됐으나 이를 무시하고 노 대통령 왼편에 마련된 이창동 문화관광부 장관 자리에 앉아 야구를 관람했다. 김 구단주는 3회초까지 30여분간 자리를 지킨 노 대통령에게 이따금 말을 건네고 당초 계획에 없던 사인볼 3개를 노 대통령으로부터 받아냈다. 노 대통령은 야구공에 각각 `파이팅 한화 이글스, 노무현`이라는 사인을 써줬다.
현장에서 이를 목격한 한 관계자는 “이 과정에서 김 구단주가 노 대통령에게 무릎을 꿇은 자세로 바짝 다가가 말을 건네고, 한화 관계자들이 사인용 야구공을 전달하기 위해 로열석을 드나드는 바람에 청와대 경호팀을 매우 당황하게 했다”고 귀띔했다. 이 관계자는 “한화가 대한생명을 인수한 것을 놓고 뒷말이 많아 현 정권에 잘 보여야 하는 것도 충분히 이해가 가지만 대통령 앞에서 거의 무릎을 꿇다시피한 재벌총수는 김 회장이 처음일 것”이라며 씁쓸해 했다.
<박동석기자 everest@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