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대출이 많아지면 채권단 간섭을 받게 되는 데다가 시장에서 자금을 조달하는 비용이 은행돈을 쓰는 것보다 덜 드는 환경이 조성됐기 때문이다.
16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달 기업들의 회사채 순발행(발행-상환) 규모는 1조9,000억원으로 전달(7,000억원)의 2배를 넘었다. 또 올 들어 5월까지 5개월간의 회사채 순발행 규모는 2조1,000억원으로, 지난해 1년간의 순발행 규모(1조8,000억원)를 넘어섰다.
이 기간의 기업어음(CP) 순발행액도 3조3,000억원으로 집계됐다. CP는 지난해 1년간 5조원 어치가 순상환됐다. 여기에 주식발행 규모(1조7,000억원)까지 합치면 기업들은 올 들어 5개월 동안 이 3가지 직접금융 방식을 통해 7조1,000억원을 조달한 것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1년치 규모인 6조4,000억원을 돌파한 것이다.
이는 무엇보다 저금리 영향으로 회사채 발행을 통한 자금조달비용이 은행 대출금리보다 싸졌기 때문이다. 기준금리 인하 영향으로 회사채나 CP 금리는 빠른 속도로 떨어져 현재 연 2% 이하에서 형성되고 있는 반면 기업들이 쓸 수 있는 은행 대출 금리는 하락 속도가 늦어 여전히 3%대를 웃도는 수준이다. 실제로 지난 15일 현재 3년 만기 무보증 회사채(AA- 등급) 금리는 지난 주말 종가보다 0.003%포인트 떨어진 연 2.000%였다. 91일 만기 CP는 0.01%포인트 내린 연 1.62%였다. 반면에 지난 4월 기업대출 금리(신규 취급액 기준)는 대기업이 연 3.39%, 중소기업은 연 3.85% 수준이었다. 용도별로는 운전자금이 연 3.75%, 시설자금이 연 3.34%로 집계됐다.
정부의 기술금융 확대 독려에 힘입어 은행의 중소기업 대출은 증가하고 있지만 대기업은 은행 대출금을 갚고 있다. 대기업 은행대출은 5월에만 2조원이 감소(순상환)해 감소폭이 전달(4,000억원)의 5배로 커졌다. 이로써 대기업 대출잔액은 올 들어 1조9,000억원이 줄었다.
금융권 관계자는 “기업 입장에선 은행 눈치를 보지 않으면서 조달비용을 아낄 수 있는 직접금융을 선호할 수밖에 없다”면서 “특히 자금력이 풍부한 대기업이 은행 대출을 외면하는 것은 더욱 확산되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정하니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