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중재않고 미온적 태도 유가족 분통오는 23일로 김해 중국 항공기 추락사고가 발생한지 100일을 맞지만 유족들의 슬픔은 식을 줄 모르고 있다.
이는 국내 유족들과 중국항공사간의 보상협상이 타결될 기미가 없는데다 이 과정에서 우리 정부는 중재는커녕 방관자적 자세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21일 유가족대책위원회(위원장 정영봉)에 따르면 지난 4월 사고 발생 이후 중국항공사와 10여 차례에 걸친 협상에도 불구하고 결론이 난 것은 아무것도 없다.
유족들은 협상에서 사고원인이 아직 확실히 밝혀지지 않은 만큼 법적인 보상 등을 차후에 다루더라도 일단 유족들이 받은 정신적 피해에 대한 '순수 위로금'으로 사망자당 2억원씩 지급할 것을 중국항공사 측에 요구했다.
이에 중국항공은 사회주의 국가의 특성상 항공사의 독자적인 결정권이 없고 중국정부와 협의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힌 채 시간만 끌고 있다.
대책위 법무국장 구대환씨는 "중국 측의 만만디(慢慢的) 정신 때문에 마음이 급한 유족들은 협상진행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면서 "개인이 외국 정부를 상대로 협상을 진행한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지 정부도 잘 아는 만큼 우리 정부가 외교적인 노력에 적극 나서줘야 한다"며 정부의 무관심을 탓했다. 물론 이번 사고와 관련된 법률상 당사자는 유족들과 중국항공사여서 우리 정부는 제3자인 것은 사실이다.
최흥옥 건설교통부 사고조사 과장은 "유족들의 요구를 듣고 그에 따라 업무를 추진 중"이라며 "중국항공 관계자들을 불러 같이 회의도 하고 적극적으로 협상에 임할 것을 당부하며 독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정부의 김해 유가족 보상지원반의 정영윤 서기관은 "정부는 협상에 직접 개입할 수 없다"면서 "보상지원반은 중국 협상관계자들에게 유족들의 입장을 이해해 달라는 의사를 충분히 구두로 전달했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이에 대해 대책위측은 "정부 관련 인사는 협상장소에 나타난 적도 없다"면서 "정부는 장례식에 필요한 비용을 '빌려달라'는 유가족들의 요구조차 거절했다"며 강한 불만을 드러냈다.
또 협상을 진행중인 중국측 관계자는 "한국 정부 관계자가 협상 진행 상황을 문의한 적은 있으나 한국정부로부터 협상에 적극적으로 임하라는 요구를 받은 적이 없다"고 말했다.
대책위 홍보국장 전상칠씨는 "정부가 군대를 오라고 할 때 우리는 청춘을 바쳐 봉사했다"면서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자랑스럽게 살고 싶지만 이제는 더 이상 그러지 못할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또 "온 국민이 월드컵기간에 '대~한민국'을 외칠 때 그들에게 '이 나라 대한민국은 국민을 외면하는 나라'라고 목이 터져라 외쳐주고 싶었다"며 분한 감정을 표출했다.
민동기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