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 관세청이 현대산업개발과 호텔신라 합작법인인 HDC신라면세점, 한화갤러리아, 하나투어 컨소시엄인 SM면세점에 서울시내 추가 면세점 특허를 내줌에 따라 지난 15년간 잠잠했던 국내 면세점 시장에 지각변동이 시작됐다. 신규 사업자가 마침내 시장에 진입하면서 경쟁 체제가 강화되고 이를 통해 시장 파이 자체가 더 커질 게 분명하기 때문이다.
특히 대기업군 사업자인 HDC신라면세점과 한화갤러리아는 물론 중소·중견기업군 사업자인 하나투어까지 모두 기존에 없던 새로운 형태의 면세점을 만들어 지역 경제발전의 구심점 역할을 하는 동시에 국내 관광산업 활성화에도 밑거름이 되겠다는 각오와 청사진을 내놓은 만큼 이들의 등장이 면세점 업계뿐 아니라 국가경제에도 활력을 불어넣을 것으로 예상된다.
국내 면세점 시장은 지난 2010년 4조5,000억원에서 지난해 8조3,000억원으로 불과 4년 만에 83% 성장한 데 이어 올해는 10조원대에 진입할 것으로 예상된다. 최근 5년 새 서울이 국제적인 대도시로 성장하고 유커를 비롯한 외국인 관광객이 한국을 많이 찾은 덕분이다. 최근 중동호흡기증후군(MERS·메르스) 사태로 잠시 방한 관광객 증가세가 주춤하기는 했지만 장기적인 관점에서 보면 외국인 관광객은 꾸준히 증가할 것으로 전망되고, 결국 면세점 시장도 더 성장할 가능성이 높다.
국내 면세점 시장은 글로벌 순위로도 1위(매출액 기준)다. 또한 국내 면세점 시장의 성장을 이끌어온 롯데면세점은 세계 4위 업체로 도약해 국내는 물론 괌·일본·인도네시아 등지로 사업영역을 확대해 나가고 있으며 신라면세점 역시 신규 진입이 어렵기로 소문난 싱가포르 창이 국제공항 등에 당당히 입성해 영업하고 있다.
하지만 이 같은 시장의 가파른 성장세에도 면세 수요가 가장 많은 서울 도심의 면세 사업자 수는 지난 15년간 변동이 없어 국가 관광정책이 오히려 시장의 발전을 가로막는다는 지적이 업계 안팎에서 끊임없이 제기됐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중국 최대 명절인 노동절이나 국경절에 면세점을 가보면 거의 아수라장 수준"이라며 "발 디딜 틈도 없고 인기 브랜드 계산대 앞에 수십 명씩 줄지어 대기하는데 과연 이들이 한국에 쇼핑을 하러 다시 오고 싶을지 의문"이라고 꼬집었다.
이에 따라 정부는 관광객이 가파르게 증가하는 서울 3곳과 제주 1곳에 신규 면세점 특허권을 내주기로 결정하고 이날 새 사업자를 선정했다. 면세 공간 부족으로 외국인 쇼핑객의 불만이 높아지는 것을 막는 동시에 더 나은 쇼핑 공간을 제공하기 위해 내린 판단이다.
실제로 HDC신라면세점·한화갤러리아·하나투어 등은 면세점 인테리어와 시스템·서비스 등을 글로벌 시장 어디에 내놓아도 손색없는 수준으로 선보이겠다고 공언한 만큼 이들은 한국 면세점 시장의 수준을 한 단계 높이는 데 크게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또 신규 사업자로부터 시장을 지키기 위한 기존 사업자들의 사업장 리뉴얼과 서비스 강화 노력으로 시장 전체의 질도 올라갈 것으로 보인다.
더불어 신규 사업자의 등장은 서울 명동 등 강북권에 집중됐던 해외 관광객을 다른 지역으로 분산시키는 효과도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관광객의 서울 여행 동선이 길어지고 여행 반경이 넓어짐에 따라 면세점뿐만 아니라 주변 상권에 대한 긍정적 파급 효과까지 기대된다는 게 정부는 물론 업계의 전망이다. 롯데면세점 소공점을 찾은 외국인 쇼핑객이 명동 상권 전반으로 확대된 효과가 다른 지역에서도 나타날 것이라는 기대다.
이에 더해 이번에 대기업 신규 사업자로 선정된 HDC신라면세점과 한화갤러리아는 각각 용산과 여의도 지역 상권 및 관광산업 활성화를 위해 직접 투자도 약속한 만큼 장기불황으로 침체된 상권 전반에 활력소가 될 것으로 관측된다. HDC신라면세점은 용산에 면세점을 유치함으로써 주변 전자상가가 다시 살아날 수 있도록 돕고 코레일과 각 지방자치단체와 연계해 서울에 편중된 관광객을 전국으로 분산시킬 계획이다. 또 63빌딩에 면세점을 내는 한화갤러리아는 여의도~한강 일대를 새로운 관광벨트로 묶어 명동에 집중됐던 외국인 관광객을 한강 이남으로 분산시키겠다는 각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