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005380)그룹이 오는 2018년까지 81조원의 통 큰 투자에 나서기로 하면서 투자자들 사이에서 낙수 효과가 예상되는 종목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이번 투자계획은 최근 논란을 빚었던 한국전력의 서울 삼성동 부지매입 비용(10조5,500억원)을 제외해도 17%가량 많은 역대 최대 규모인데다 투자 분야도 구체적인 것이 특징이다. 시장 전문가들은 "현대·기아차(000270) 등 완성차를 제외하면 부품사에 투자하는 금액이 17조원으로 가장 많기 때문에 현대차 납품 비중이 높은 부품주에 우선 주목할 필요가 있다"면서 "현대차가 미래를 대비해 투자 비중을 늘린 친환경·스마트차 개발 관련주도 관심을 가져볼 만하다"고 조언했다.
현대차는 7일 유가증권시장에서 전날보다 3.34%(5,500원) 오른 17만원에 거래를 마치며 7거래일 만에 반등에 성공했다. 시장에서는 현대차의 지난해 4·4분기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와 비슷한 2조원대 수준을 달성할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적개선에 대한 기대감이 주가를 끌어올리는 데는 한계가 있다는 얘기다. 그럼에도 이날 현대차 주가가 크게 오른 것은 전날 현대차가 발표한 통 큰 투자 결정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특히 외국인은 지난해 12월9일부터 이어졌던 18거래일 연속 '팔자' 행진을 멈추고 현대차 주식을 131억4,579만원어치 사들였다. 최원경 키움증권 연구원은 "실적만 놓고 보면 주가에 호재도 악재도 아니지만 전날 회사가 미래 경쟁력 강화를 위해 통 큰 투자에 나서기로 한 결정이 그동안 얼어붙었던 투자자의 심리를 녹인 것 같다"고 말했다.
꽁꽁 얼어붙었던 투자심리가 기대감으로 바뀌는 조짐은 현대차에서만 나타난 것이 아니다. 현대차가 투자확대를 공언한 분야의 업체들도 이날 매수세가 몰리며 주가가 상승했다. 엔진전문 업체로 변신 중인 현대위아(011210)는 전날보다 5.14%(9,000원) 상승한 18만4,000원에 거래를 마쳤고 플랜트 업체인 현대로템도 1.33% 올랐다. 이밖에 기아차(1.17%), 현대모비스(012330)(0.66%), 현대하이스코(0.54%) 등도 상승세로 장을 마감했다.
시장 전문가들은 현대차가 2018년까지 매년 20조원이 넘는 큰 돈을 풀겠다고 한 만큼 투자계획을 살펴 수혜가 예상되는 종목에 대한 매수 비중을 늘리는 것도 좋은 투자 방법이 될 수 있다고 조언했다.
대표적인 것이 자동차 부품주다. 현대차그룹은 연간 1,000만대 생산체제를 갖추기 위한 시설을 확충하기 위해 중국에 4·5공장을 짓고 멕시코 공장 신설도 추진하기로 했다. 국내에서는 울산·화성·서산 등 국내 생산 거점을 중심으로 엔진과 변속기 같은 파워트레인 생산 능력을 대대적으로 늘릴 예정이다. 이 과정에서 최대 수혜가 예상되는 업체는 현대위아다. 김평보 동부증권 연구원은 "서산부지에서 다운사이징 관련 핵심부품인 터보차저를 오는 7월부터 양산하고 베이징에 신설할 터보차저 공장 역시 1·4분기부터 이 모듈을 현대·기아차에 공급할 계획"이라며 "자동변속기(DCT)와 수동변속기 일부 생산을 현대다이모스로 이전하고 엔진 전문 업체로 거듭나면서 핵심부품의 성장이 빨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현대·기아차에 전체 공조장치의 60%를 공급하는 한라비스테온공조(018880)와 대표적인 현대차그룹의 계열 부품회사인 현대모비스, 전장부품을 납품하는 만도(204320) 등도 수혜가 예상된다.
현대차 그룹이 미래를 대비해 연구개발(R&D) 투자를 늘리기로 한 친환경·스마트차 분야도 관심을 가져볼 만하다. 현대차는 이번 투자 계획에서 플러그를 꽂으면 아무데서나 전기 충전이 가능한 '플러그인 하이브리드차'와 수소연료차 등 친환경 차 개발에 2018년까지 총 11조3,000억원을 투자하기로 했다. 금융투자 업계의 한 관계자는 "현대차그룹이 전기차· 수소차 개발 투자 계획을 밝힌 것은 미래 경쟁력 확보 차원에서 포기할 수 없는 분야이기 때문"이라면서 "당장 시장이 커지기는 어렵겠지만 중장기적인 관점에서 관련 종목의 매수 비중을 늘려볼 만하다"고 말했다. 하이브리드차 관련주에는 삼화전기(009470)·삼화전자(011230)·삼화콘덴서(001820) 등이 있으며 수소차 관련주로는 뉴인텍·이엠코리아(095190)·필코전자 등이 있다.
현대차가 2조원을 투자하기로 한 스마트차 부문은 국내에서 유일하게 차량용 센서를 생산해 현대·기아차에 공급하는 트루윈이 대표적이다. 이왕섭 KDB대우증권 연구원은 "자동차의 브레이크·액셀러레이터·엔진 등에 적용되는 차량용 센서에 대한 원천기술을 갖고 개발부터 설계·제조·공급까지 모든 프로세스가 가능한 국내 유일의 차 센서 전문업체"라고 말했다. 이밖에 중국·멕시코 공장 신설 시 수혜가 예상되는 현대로템, 철강부문 투자 확대가 기대되는 현대하이스코 등도 수혜주로 분류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