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진석(사진) 추기경은 20일 김수환 추기경을 떠나 보내는 마음을 담아 장례미사를 집전했다. 다음은 강론 요지. 김 추기경께서는 항상 우리 사회의 큰 어른으로서 빛과 희망이 돼주었습니다. 가톨릭 신자뿐 아니라 모든 한국인의 '사랑과 평화의 사도'였습니다. 노환으로 고통을 받으면서도 마지막 순간까지 미소와 인간미를 잃지 않았습니다. 사제이기 전에 따뜻하고 상냥한 마음을 지닌 분이었습니다. '세상에서 사랑을 너무 많이 받아 고맙습니다. 서로 사랑하십시오'라는 마지막 말씀을 남겼습니다. 김추기경님의 뜻을 마음에 새기고 본받아 감사하고 사랑하고 용서해야 할 것입니다. 2006년 2월 제가 추기경으로 서임됐을 때 김 추기경께서 '이제야 다리를 뻗고 잘 살 수 있게 됐다'며 기뻐했던 모습이 아직도 생생합니다. 그때 저는 그분이 평생 얼마나 큰 짐을 지고 살아왔는지를 다시 한번 느낄 수 있었습니다. 김 추기경님의 말씀은 누가 들어도 감동적인 것으로 유명합니다. 자신의 진솔한 사랑과 체험을 바탕으로 했기 때문입니다. 그분의 말씀은 '인간에 대한 무한한 사랑과 존엄'이라는 하나의 주제로 모아집니다. 그래서 김 추기경님은 늘 '적어도 인간으로서 정직하고 솔직하며 남을 존중하고 위할 줄 아는, 참으로 인간다운 인간이 먼저 돼야 한다'고 역설했습니다. 김 추기경님의 가난한 사람들에 대한 사랑은 남달랐습니다. 1970~1980년대에는 민주화 운동의 버팀목이 됐습니다. 격동의 세월을 보내느라 사제로서, 인간으로서 겪은 심적 고통은 우리가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컸을 것입니다. 평생 고생했던 불면증도 그때 생겼다고 합니다. 김 추기경님은 성자처럼 살았던 촛불과 같은 존재였습니다. 한평생 하느님과 인간에 대한 사랑으로 자신의 모든 것을 바쳐 봉사한 사제였습니다. 사랑과 나눔을 우리들에게 그 어떤 것보다도 중요한 유산으로 남겨줬습니다. 그래서 이 슬픈 상황 속에서도 한 가닥 희망을 가질 수 있습니다. 신앙인에게 죽음은 곧 새롭게 태어나는 과정이 됩니다. 그래서 믿는 이에게 죽음이란 희망의 문턱이요 시작이라는 믿음을 갖고 사랑하는 김 추기경님을 하느님의 손에 맡겨드려야 하겠습니다. 한 시대를 함께 살았다는 것에 하느님께 진심으로 감사드려야 하겠습니다. 하느님 나라에서 영원한 안식과 평화를 누리기를 기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