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이 김중수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대사를 차기 한국은행 총재로 내정한 것은 무엇보다 김 내정자가 한국은행 개혁이라는 과제를 수행하는 데 뛰어난 역량을 발휘할 것이라는 믿음이 있었기 때문이다. 또한 국내외에서 다양한 경험을 쌓은 김 내정자가 올해 국내에서 개최되는 주요20개국(G20) 정상회의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해줄 것이라는 기대감과 더불어 폭넓은 경륜과 인맥도 유리하게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런 표면적 이유 외에도 오는 6월 지방선거와 한은의 독립성을 고려한 ‘정무적 판단’도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이에 따라 이 대통령의 측근으로 고려대 총장 출신인 어윤대 국가브랜드위원장은 국제감각과 개혁성, 한은 내부의 높은 지지도에도 불구하고 최종적으로 낙점 받지 못했고 강만수 청와대 경제특보 겸 국가경쟁력강화위원장과 김종창 금융감독원장 등도 유력한 차기 한은 총재 후보에 올랐다 ‘기획재정부 출신 배제’ 기준에 따라 제외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김 내정자의 경우 ▦개혁성 ▦국제감각 ▦경륜과 인맥 등이 낙점되는 데 지배적인 요인으로 작용했다. 우선 한은 개혁과 관련해 박선규 청와대 대변인은 “대한민국 경제 위상이 높아짐에 따라 한은의 기능과 역할이 새로운 위상에 걸맞게 바뀌어야 한다는 시대적 과제를 안고 있다“면서 “이런 문제를 고려해 김 내정자가 가장 적임이라고 판단, 차기 한은 총재로 내정하게 된 것”이라고 밝혔다.
특히 청와대는 김 내정자가 G20 정상회의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해줄 것이라는 기대감을 강하게 나타냈다. 박 대변인은 “우리나라가 G20 의장국으로 G20 중앙은행 총재회의를 주재해야 할 뿐 아니라 국제금융 어젠다를 주도해야 하는 막중한 책임을 감안할 때 김 내정자는 적임자로 평가된다”고 강조했다.
이 밖에도 김 내정자가 한국조세연구원장과 한국개발연구원(KDI) 원장, 한림대 총장, 청와대 경제수석비서관 등을 거치면서 쌓은 경륜과 인맥도 중요한 인선 배경으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박 대변인은 “김 내정자는 학계 관계 등을 거쳐 한국 경제 전반에 대해 폭넓은 식견과 경륜이 있을 뿐 아니라 OECD 대사로 국제적 경험과 안목도 겸비하고 있다”면서 “한국은행 업무를 수행하는 데 공공성과 투명성을 확보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한편 김 내정자 선임 발표는 당초 17일로 예정됐으나 이 대통령의 최종 결재가 예상보다 빨라져 하루 앞당겨 발표됐다. 김 내정자는 청와대 발표 뒤 서울경제신문의 인터뷰 요청에 “아직 내정 통보를 받지 못했다”고 말했을 정도로 이날 한은 총재 내정 결정은 신속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