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로터리] 강남집값 잡기와 강남사람 잡기

인류 역사상 정부와 시장의 대전(對戰) 성적표는 어떨까. 주로 정부가 시장을 이겼을까, 아니면 시장이 정부를 눌렀을까. 한마디로 답은 시장의 완승이었다. 황제의 말 한마디로 사람 목숨마저 단번에 날릴 수 있었던 전제군주국가도 시장의 거대한 힘을 막을 수는 없었다. 15세기 인도의 향료ㆍ생강ㆍ후추 등이 유럽에 막 소개되기 시작했을 때 이 조미료들은 부르는 게 값이었다. 소금에 비해 생강 값은 100배, 후추 값은 50배, 샤프란이라는 향료는 500배를 넘어도 없어서 못 팔았다. 당시 지중해를 장악하고 인도와의 동방무역을 독점하던 이탈리아의 도시 국가들로서는 이보다 더 좋을 수는 없었다. 그러나 동로마 제국을 멸망시킨 오스만 투르크 제국이 지중해를 통한 서유럽의 동방출입을 막아버리자 이 엄청난 이익을 도저히 포기할 수 없었던 지중해 국가들은 멀리 아프리카를 돌아 인도로 가는 생명을 건 모험을 앞 다퉈 시작했다. 수많은 사람들이 목숨을 잃는데도 아메리카 대륙을 발견하기까지 무려 40년이 넘도록 무모한 탐험에 유럽 각국이 매달렸던 것은 동방무역의 엄청난 이익, 즉 ‘시장의 힘’ 때문이었다. 강남 집값 잡기로 온 나라가 3년 내내 조용할 날이 없다. 강남 집값은 왜 오를까. 간단하다. 살고 싶어하는 사람은 많은데 물량은 턱없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부동산중개업소에 이름을 올려놓은 대기 수요는 줄잡아 2만명이 넘는데 몽땅 재건축을 하더라도 늘릴 수 있는 주택은 8,000가구뿐이라고 한다. 정부 스스로 “신규 강남 수요의 80%가 실수요자”라고 인정하면서도 공급을 풀기는커녕 공급을 옥죄는 대책만 내놓고 있다. “강남에서 재건축은 꿈도 못 꾸게 하겠다”는 정부의 바람대로 3ㆍ30대책이 효과를 거둔다면 그나마 유일한 공급 통로였던 재건축의 길마저 막히게 된다. 수요는 수그러들지 않는데 공급을 막으면 가격은 뛰지 않고 배길 재간이 없다. “이런 수요는 맘에 안든다, 용납할 수 없다”며 공급을 막는다고 해서 수요를 없애버릴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공급을 막으면 목숨을 걸고 저 멀리 아프리카를 돌아 대서양도 건너는 게 시장의 힘이다. 공급을 막으면 가격은 뛸 수밖에 없다는 역사의 교훈도, 경제학의 원리도 일체 무시하고 “3ㆍ30대책으로는 집값이 오히려 오를 것”이라고 88%가 답한 전문가 의견 조사조차 안중에 없는 정부의 공급 옥죄기와 중과세를 보고 있노라면 목표가 ‘강남 집값 잡기’인지 ‘강남 사람 잡기’인지 의아할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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