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율이 내려간다는 것은 원화가치가 높아진다는 뜻이다. 따라서 환율 하락은 우리 경제가 안정을 찾아 회복되어가고 있다는 의미여서 긍정적으로 평가할 수 있다. 그 덕에 외채부담이 경감되는 효과를 얻을수 있다. 실제로 환율이 내려가는 이유로 무역수지의 큰폭 흑자, 외환보유액의 확충, 외자 유입 활발 등 외환수급 전망의 호전이 꼽히고 있다. 또 물가안정과 금리의 하락도 환율 하락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여기에 일본 엔화의 강세행진에도 영향을 받고 있다.그러나 반가워 할 일만은 아니다. 환율 하락에 따른 득보다 실이 더 크기 때문이다. 환율의 하락은 수출을 억제하고 수입을 유발하는 효과로 나타나게 마련이다. 지금 우리 경제는 수출을 증대하고 수입은 제동해야 할 때이다. 환율의 급락 행진으로 벌써 수출업계는 비명이다. 가격 경쟁력의 약화로 수출이 적지않은 차질을 빚고 있는 것이다. 자동차 반도체 등 수출 효자 상품은 물론 조선과 섬유에 이르기까지 거의 전 수출업종에 걸쳐 위협을 느끼고 있는 상황이다. 특히 일본·중국과 경쟁관계에 있는 업종은 치명적인 타격이 예상된다.그나마 일본 엔화가 강세를 유지하고 있어서 아직은 해볼만 하지만 엔화가 약세로 돌아서면 수출 전선 전반에 먹구름이 드리우게 될 것이 분명하다.
환율하락 때문에 수출이 부진해지면 무역수지가 악화되고 외환확충에도 차질을 빚게돼 외환수급도 불안해지는 상황으로 되돌아가게 된다. 내년부터 본격적으로 시행하려는 경기진작 전략도 어렵게 되는 등 경제운영 계획에 중대한 부정적 변수로 작용하게 될 것이다.
우리 경제는 수출에 사활을 걸고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수출이 잘되면 국제통화기금체제 탈출이나 경제회복이 빨라질 것이다. 경기활력의 회복이나 실업문제 해결의 길도 수출에 있다. 그렇다면 수출에 정책적인 역량을 집중해야 마땅하다. 수출을 촉진하기 위해서는 환율의 급락을 막고 적정선에서 유지되도록 해야 한다. 시장에 맡겨서 안될 경우는 정부가 정책적으로 상승을 유도하는것도 필요하다. 우리 경제를 희생하면서까지 지나치게 외국의 눈치를 살피고 있을 일이 아니다. 정부의 외환시장 개입으로 해서 환율조작국이라는 시비를 불러올 것을 겁내고만 있을 수 없다. 그들도 자국 통화가치 방어를 위해서 수시로 시장에 개입하고 있다.
환율의 급락을 막는 것이 대기업 구조조정보다 더 긴급한 문제라고 주장하는 수출업계의 주장을 귓등으로 흘려 들어서는 안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