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남부에 있는 고치현(高知縣)의 한 두유크림 업체는 극심한 판매 부진에 시달렸다. 타개책으로 고안해낸 게 다른 식재료 업체와 제휴였다. 결국 두유크림을 이용한 빵가루, 도너츠, 면류 등을 개발, 유통점에 납품하면서 회생에 성공했다. 이 업체는 앞으로는 햄버거, 마가린과 같은 식품은 물론 화장품에도 자신들의 강점인 두유크림을 응용할 계획이다. 김진홍 한국은행 아주경제팀 차장은 “일본 경제가 10년 불황에서 벗어나고 있지만 중소기업은 대기업의 하청 관계 악화나 중국 등의 저가품 유입으로 회복이 늦어지고 있다”며 “생존 전략의 하나로 연구기관이나 다른 기업과 제휴 등에 나서고 있다”고 말했다. 제휴를 통해 외부 경영 자원을 공동으로 활용하고 ‘규모의 경제’를 구축해 대기업에 비해 불리한 여건을 극복하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 성과도 가시화되고 있다. 지난 2005년 12월 일본 산업입지연구소의 조사 결과 제휴를 활용한 기업의 경우 ‘수익성 호조됐다’는 응답이 32.7%인 반면 비활용 기업은 27.1%에 그쳤다. 일본 정부도 중소기업의 생존을 위해 제휴를 적극 지원하고 있다. 지난 99년 2월 중소기업 기본법 제정에 이어 2005년 4월에는 중소기업 관련 3개법을 통합해 일관된 지원체계를 구축한 게 대표적인 사례다. 일본 특유의 ‘시니세(老鋪ㆍ회사나 가계를 가업으로 대물림하는 것)’ 전통이 무너지면서 M&A도 활성화되고 있다. 지난 13일 아사히신문 보도에 따르면 “회사를 파는 것은 수치”라는 의식이 여전히 강하지만 마땅한 후계자를 구하지 못할 경우 매각을 검토하는 기업이 늘고 있다는 것. 도쿄상공회의소 조사에 따르면 후계자가 정해지지 않은 중소기업 중 24.8%의 기업 매각을 검토하고 있고 이 가운데 가장 선호하는 방식은 M&A라고 신문은 전했다. 국내에서도 한계에 봉착한 중소기업의 경쟁력 강화를 위한 전략적 대안으로 M&A를 검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중소기업의 문제점인 경영능력 부족이나 규모의 열세를 극복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가령 기술력만 우수한 벤처기업은 M&A를 통해 마케팅이나 관리 능력 등을 보완할 수 있고, 시장이 포화 상태인 경우에는 동종업계간 합병을 통해 출혈 경쟁을 피할 수 있다는 것. 문제는 기업들은 다른 기업 인수에는 적극성을 보이지만 자기 기업을 매각하는 것은 꺼리고 있다는 점. 또 기업 회계의 불투명성이나 협소한 M&A 시장 규모 등도 중소기업 M&A를 가로막는 장애요인으로 지적되고 있다. 강원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은 “자력 성장만을 고수할 게 아니라 M&A를 통한 빠른 성장을 인정하는 ‘유목민적 사고’가 필요하다”며 “피인수를 경영 목표로 하는 것도 전략적 대안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