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장판사, 대법원장 비판·거취 결단 촉구 글 올려
사법부 '자중지란'…또 다른 부장판사는 "승진탈락 불만 아니냐" 반박
이혜진 기자 hasim@sed.co.kr
석궁테러 사건 등으로 사법부에 대한 불신이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현직 부장판사가 법관 인사, 세금탈루 의혹과 관련, 대법원장을 비판하고 또 다른 부장판사가 이를 비판하는 등 법원이 '자중지란'에 빠졌다. 특히 최근 단행된 법관 인사에 대해 '수면 밑'에 있던 법원 내부의 불만이 표출된 것으로 풀이돼 사법부의 동요가 계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20일 서울중앙지방법원 민사합의11부 정영진 부장판사는 '석궁테러 관련-이용훈 대법원장의 거취에 대한 결단을 촉구하며'라는 제목을 글을 내부 통신망에 올렸다. 그는 "국민들의 사법불신이 오죽 심했으면 테러한 사람을 옹호하겠는가"라며 "사태가 이 지경에 이른 것은 이용훈 대법원장의 부정적 행태들이 한몫하고 있다"며 대법원장의 세금탈루 의혹 등을 정면 비판했다.
특히 이번 법관 정기인사와 관련해 대법원장이 '위법한 인사'를 했다고 지적했다. 그는 "고등부장 인사에서 전보발령이라는 형식으로 법에 없는 사실상의 고등부장 승진인사가 있었고 이에 탈락한 경력 많은 부장판사들이 사직했다"며 고등부장 승진인사와 '요직' 전보발령 등을 통한 대법원장의 인사 스타일을 비난했다.
그는 '소설 같은 시나리오'라고 전제한 뒤 "(대법원장과 친분이 있는) 조모 전 고등부장판사가 법조브로커로부터 뇌물을 받은 혐의에 대해 실형을 선고한 판사는 승진대상자에서 탈락시키고 조 전 판사에 대해 영장을 발부한 판사는 기존의 보직보다 못한 형사항소부장의 자리에 배치했다. 이런 일이 현실화한다면 국민들이 납득할 수 있을까?"라고 반문했다. 실제로 조 부장판사에 실형을 선고한 부장판사는 인사대상에서 제외됐으며 영장을 발부한 이모 부장판사는 이번 인사에서 형사항소부로 전보됐다.
정 부장판사의 이 같은 '돌출행동'에 대해 법원 내부에서는 "정 부장판사의 글이 오히려 사법부 불신을 부채질하고 있다"는 비판적인 시각이 우세하다.
창원지방법원 문형배 부장판사는 즉각 내부 통신망에 반박글을 올려 "뚜렷한 근거 없이 대법원장을 비난하고 있다"고 정 부장판사를 힐난했다. 문 판사는 "승진대상자에서 제외된 정 부장판사가 인사불만에서 비롯된 감정의 토로로 여겨지지 않을까 걱정된다"고 덧붙였다.
정 부장판사는 2월 법관 정기인사에서 고등부장 승진대상 기수이지만 승진하지 못했다. 그는 21일자로 단행된 인사에서 민사합의부에서 민사항소부로 전보됐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이 대법원장의 인사 스타일에 대해 수면 밑에서 끓고 있던 불만이 표출된 것이라는 시각도 제기되고 있다.
판사출신의 한 변호사는 "과거에는 연수원 성적으로 법관 인사가 결정됐으나 이제는 성적, 기수 파괴 인사가 이어지다 보니 판사들 사이에 불만이 많은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입력시간 : 2007/02/20 17: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