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과 겨울이면 해마다 반복되는 전략수급대책이지만 이번만큼 사정이 심각한 적도 없다. 발전이 중단된 원전 3기가 연내 재가동되지 않은 상태에서 강력한 전력수요 억제책이 시행되지 않으면 내년 1월 예비전력은 사실상 마이너스로 곤두박질친다. 지난해 9월 블랙아웃 사태 당시 예비전력이 24만kW까지 떨어졌던 점을 감안하면 올 겨울 전력사정이 얼마나 아슬아슬한지 짐작하고도 남는다.
정부는 비상수단을 총동원하려고 한다. 원전 3기의 발전량에 해당하는 300만Kw의 전력사용을 줄이지 못하면 그야말로 대란이 일어나니 어쩔 수 없다. 하루 전 수요예측을 통해 전력수요가 몰리는 피크일과 피크시간에는 최대 5배의 전력요금을 할증하는 사전예고제까지 실시된다. 사실상 반강제적인 절전책이다. 국민 안전과 생명에 직결되는 핵심 시설을 제외한 공공기관의 강제단전 같은 극약처방도 동원될 것이다.
이번 대책은 발전을 멈춘 영광 원전 3기 가운데 2기(5ㆍ6호기)가 연말부터 재가동된다는 전제가 달려 있다. 전제가 어긋날 경우 이 정도 대책은 언 발에 오줌 누기에 불과할지 모른다.
정부가 기대하는 대로 100만kW급 영광 원전 2기의 가동이 재개되더라도 내년 1월 셋째주 예비전력은 171만kW, 1월 3~4주째는 127만kW까지 하락할 것이라는 게 정부의 추정이다. 예비전력이 이 정도밖에 안 되면 대형 발전소 하나만 고장으로 멈춰서도 블랙아웃의 재앙이 일어날 가능성이 매우 높다.
이번 겨울은 국민의 불편과 고통분담 없이 전력대란을 넘기기가 어렵게 돼 있다. "설마…"하는 국민 개개인의 무관심과 방심이 엄동설한에 블랙아웃을 실제로 초래할 수 있다. 총리가 직접 나서 담화문을 발표하는 상황에까지 이르도록 한 정부가 원망스럽지만 전국민이 성숙한 공동체의식을 발휘해 내복 입기와 플러그 뽑기 같은 작은 절전을 실천해야 하는 엄중한 현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