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안 정체를 보이던 주택청약통장 가입자 수가 다시 늘고 있다. 지난 1년간 한달 평균 11만명 이상 꾸준히 가입자가 증가하면서 2월 말 현재 1,630만명을 넘어섰다. 지난해부터 정부의 부동산 경기부양책이 잇따르면서 시장 회복에 대한 기대감이 커졌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여기에 시중금리보다 높은 이자율에 대한 매력 때문에 마땅한 투자처를 찾지 못한 수요자들의 가입이 이어지는 것도 청약통장 증가의 원인으로 꼽힌다.
24일 금융결제원에 따르면 2월 말 기준 주택청약통장 가입자는 1,630만명으로 지난해 2월의 1,492만명보다 137만3,547명 늘어났다. 한달 평균 11만5,000명꼴로 증가한 셈이다. 이는 이전 1년간 통장 가입자가 8만명 늘어난 데 그친 것과 비교하면 17배나 많다.
◇집값 상승 기대감에 통장 가입자도 쑥=주택청약통장은 과거 청약저축·예금·부금과 이를 통합해 출시한 주택청약종합저축(일명 만능통장) 등 네 가지로 나뉜다. 기존 저축·예금·부금은 만능통장 출시 이후 신규 가입이 중단됐기 때문에 최근 늘어난 가입자는 모두 만능통장 가입자다.
통장 가입자가 이처럼 급증한 것은 집값 회복에 대한 기대감과 정부의 잇따른 시장 활성화 대책 때문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지난해 정부가 발표한 4·1대책에서 전용 85㎡ 초과 민영주택에 대해 청약가점제를 폐지하고 유주택자에게도 1순위 가점제 자격을 부여하는 한편 85㎡ 이하 주택도 가점 적용비율을 75%에서 40%로 완화한 것이 통장 가입을 늘렸다는 것이다.
특히 최근 미분양 주택이 꾸준히 감소하고 주택거래량이 늘어나는 등 부동산 경기의 주요 지표가 회복되고 있는 것도 통장 가입자 증가 원인으로 꼽힌다. 실제로 최근 위례·동탄2신도시 일대에서 분양된 아파트들이 잇따라 순위 내 청약을 마감하는 등 신규 분양시장에서도 수요자들의 심리 회복세가 확연하게 나타나고 있다.
여기에 최근 정부가 수도권 민간택지 내 분양권 전매제한을 1년에서 6개월로 단축하면서 당분간 청약통장 가입자 증가세는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함영진 부동산114 리서치센터장은 "지난 한해 청약경쟁률을 분석해보면 전국 평균은 줄어들었지만 수도권은 점차 높아지는 수치를 나타냈던 만큼 시장의 회복세를 긍정적으로 보는 잠재 수요자들이 늘고 있다는 증거"라며 "정부가 전매제한 완화 등 단기 시세차익을 용인하는 분위기이기 때문에 가입자 수는 앞으로도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금리 높아 '넣어만 놔도 이익'=청약통장 가입자가 늘어나는 또 다른 이유는 시중 일반 금융상품보다 높은 이자율에 있다.
주택청약종합저축 통장은 가입조건에 제한이 없다. 미성년자의 경우 성인이 되기 전까지는 주택청약 자격이 주어지지 않지만 가입은 가능하다. 가입기간이 2년 이상이면 2%후반대인 시중은행 금리보다 높은 최고 3.3%의 이자를 받는 것은 물론 연간 120만원 범위 내에서 납입금액의 40%까지 소득공제 혜택도 주어진다.
실제로 청약통장 가입자는 지난해 7월 정부가 기준금리 하향 기조에 따라 통장 금리를 일부 조정한 후에도 지속적으로 늘었다. 정부는 1년 미만 가입자는 종전대로 2%대 금리로 유지하고 1년 이상~2년 미만은 0.5%포인트 내린 2.5%, 2년 이상은 0.7%포인트 하향한 3.3%로 각각 적용했다.
이는 지난해 정부가 서민층의 목돈 마련 상품으로 17년 만에 다시 도입한 재형저축이 외면 받고 있는 것과도 대비된다. 재형저축의 경우 1월 말 현재 175만2,297계좌에 그치며 오히려 지난해 12월보다 2만1,113계좌나 줄었다. 소득공제 혜택이 없는데다 연소득 5,000만원 이하 직장인과 종합소득 3,500만원 이하 사업자로 가입 대상이 한정돼 있기 때문이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현재로서는 시중에 주택청약종합저축만큼 매력적인 금융상품은 드물다"면서 "더욱이 인기지역 아파트의 경우 1순위 청약자격이 필수인 만큼 청약통장의 인기는 당분간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