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년간 신분을 바꿔 살아온 형제에게 법원은 호적정정이 불가하다고 결정했다. 또한 집으로 걸려온 괴전화가 이혼으로 이어졌고 뒤늦게 괴전화 주인공에게 이혼 책임을 물었지만 법원은 “책임 없다”고 판결했다. 서울가정법원은 이처럼 올해 선고된 이색 판결을 29일 소개했다.
●이혼부른 ‘한밤 괴전화’ 손배책임 없어
◇괴전화는 이혼 책임 없다=지난 75년 결혼한 남편 A씨와 아내 B씨는 단란한 생활을 했지만 2002년 봄부터 전화를 받으면 말없이 끊어버리는 ‘괴전화’가 걸려오면서 불화가 찾아들었다. 부부는 결국 서로의 부정행위를 의심하게 됐고 2004년 협의이혼에 이르렀다.
B씨는 이혼 1년 뒤 괴전화를 건 사람을 밝혀 처벌해달라며 경찰에 고소했고 수사 결과 한 50대 여성이 하루 새 무려 115번이나 B씨의 집에 전화를 걸었던 사실이 확인됐다. 이후 B씨는 이 여성이 집에 전화를 걸었기 때문에 부부관계가 파탄 났다면서 이혼에 따른 손해배상 책임을 부담하라는 소송을 냈다. 그러나 서울가정법원은 “피고(괴전화 주인공)가 부부 이혼에 가담했다는 점을 인정할 증거가 없다”며 원고패소 판결했다.
●40년간 신분 바꾼 형제 “호적정정 불가”
◇40년간 ‘대리인생’ 형제라도 호적정정 불가=형제인 AㆍB씨는 62년부터 신분을 바꾸기로 합의하고 상대방의 신분으로 살아왔다. 심지어 실제와 호적상 신분관계를 일치시키려고 혼인무효 및 친생자관계부존재확인 심판을 청구해 기존 부부ㆍ자녀 관계를 말소하고 형이 동생의 전 부인과, 동생이 형의 전 부인과 새로 혼인신고를 했다.
정작 형제는 40년간 별다른 이의제기 없이 지냈지만 형의 자녀들이 “호적상 작은 아버지가 진짜 아버지”라며 호적상 작은 아버지의 자녀들은 친자가 아니라는 친생자관계존부확인소송을 냈다. 그러나 서울가정법원은 “형제가 뒤바뀐 신분으로 40여년간 구축ㆍ형성해온 법률적ㆍ경제적ㆍ사회적 관계를 일시에 무너뜨릴 경우 본인뿐만 아니라 그 자식ㆍ손자들의 법률관계에도 큰 혼란을 초래할 수 있어 원고 측 청구는 신의칙상 허용될 수 없다”고 밝혔다.
●이혼 동의후 번복 “불륜 용서는 아니다”
◇이혼동의 후 번복… ‘불륜 용서’ 아니다=1남1녀를 둔 남편 A씨는 결혼 12년째 되던 해에 아내 B씨에게 ‘다른 여자와 동거 중’이라며 이혼을 요구했고 B씨는 아파트와 1억원을 주면 동의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B씨는 이후 마음을 돌려 남편에게 ‘돌아오라’고 했지만 남편은 이혼을 청구했다. B씨는 남편의 동거녀에게 속옷을 선물하고 ‘남편을 잘 보필해줘서 고맙다’는 편지를 보내기도 했지만 이혼에는 응하지 않았고 남편의 이혼청구는 기각됐다.
하지만 남편이 동거를 계속하자 B씨는 남편과 동거녀를 상대로 이혼 및 위자료 청구소송을 냈다. 법원은 “아내가 이혼에 동의했던 것은 남편과 동거녀의 부정행위에 동의했다고 보기 어렵다”며 B씨는 이혼하고 남편과 동거녀는 위자료를 연대배상하라고 판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