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각 부처간의 벽을 허물기 위해 실시한 중앙부처 국장급 인사교류 22개 직위와 직위공모 10개 직위에 전원 타 부처 출신이 선발됐다. 특히 직위공모 10개 직위중 기획예산처와 재정경제부 출신이 7곳을 차지 경제부처 강세현상을 보였다.
중앙인사위원회는 20일 해당분야의 전문성, 업무능력, 행정경험 등을 감안해 선발했으며, 출신별로는 행시 27명, 기술고시 3명, 외시 1명, 특채 1명 등을 선발했다고 발표했다. 위원회는 이번 인사교류를 통해 부처이기주의와 특정이익집단 등의 영향에서 벗어나 국정과제를 추진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다며, 우수인력을 전정부적 차원에서 효율적으로 활용, 능력개발의 기회를 부여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노무현 대통령은 오는 26일 이들 인사교류ㆍ직위공모 대상자 전원을 청와대로 초청, 격려한다.
한편 이번 인사에서는 국장급 10개 자리중 7개가 과거 재정경제원 출신들로 채워졌고,이 들 가운데 6명이 옛 EPB(경제기획원) 출신이서 눈길을 끌었다. 최근 임명된 전윤철 감사원장, 장승우 해양수산부 장관, 김병일 기획예산처 장관, 박봉흠 청와대 정책수석 등도 모두 EPB출신이라는 점에서 `EPB 전성시대`가 다시 확인된 셈이다.
현재 부처 기준으로 따져도 경제기획원의 후신격인 기획예산처가 4명의 국장을 내보내 배출1위를 차지했다. 모두 5군데 국장직에 응모해 서류심사에서는 전원이 2등에 머물렀으나 4명이 최종낙점되는 저력을 보였다. 경제부처 수장격인 재정경제부는 3명이 응모해 전원이 최종선정되는 `족집게`실력을 발휘했다. 재경부에서 나가는 국장 3명중 2명도 원적지를 따지면 EPB출신으로 분류된다.
옛 EPB의 싹쓸이에 다른 부처 공무원들은 매우 놀라는 표정이다. 특히 서류심사에서 2~4등이었던 범 재경원 출신이 7자리나 차지한 데 대해 불만이다. 당장 국장급 자리가 줄어 인사여건이 더욱 빠듯해졌다. 농림부의 한 관계자는 “자리를 독차지한 특정부처에서 승진잔치가 벌어지는 대가로 나머지 부처는 인사병목현상이 심화하게 생겼다”며 불만을 토로했다.
예산처는 이 같은 불만을 의식한 듯 국장급 4명을 내보내 생긴 연쇄승진수요를 자체 충원하지 않고 다른 부처에서 인력을 받기로 했다. 예산처는 `3~5급의 공무원을 추천해달라`는 공문을 이날 모든 부처에 발송했다.
<권홍우기자, 최석영기자 hongw@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