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리인하·감세효과 가시화… 일부선 "바닥통과"세계 경제의 견인차 역할을 하는 미국 경제가 빠르게 회복하고 있다. 최근 쏟아져 나오는 미국의 거시 경제지표들은 뉴욕 월가 이코노미스트들이 깜짝 놀랄 정도로 밝은 전망을 제시하고 있고, 일부에서는 통계가 잘못되지 않았을까 의심할 정도다.
지난해 한해동안 11차례에 걸친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의 과감한 금리인하와 연방정부의 감세 및 재정 확대 조치가 올들어 그 효과를 발휘하고 있는 것이다.
경기 회복의 속도에 관해서는 하반기에 5% 이상의 성장을 달성할 것이라는 낙관적 견해와 회복후 다시 침체하는 더블 딥(Double Dip)의 주장이 맞서 있다. 하지만 경기가 바닥을 지나고 있으며, 더 이상 금리를 인하하지 않고, 연방정부의 경기부양책이 폐기되더라도 경제 자체의 힘에 의해 상승곡선을 탈 것이라는 견해가 주류를 이루고 있다.
◆ 곳곳에서 나타나는 회복의 신호
지난 4ㆍ4분기 미국 국내총생산(GDP)가 월가 이코노미스트들이 1.1% 하락할 것으로 보았던 전망을 뒤엎고 0.2% 상승했다는 발표를 시작으로 최근 거시 통계들이 일제히 월가의 기대치를 뛰어넘고 있다.
1월 실업률은 5.6%로 12월보다 0.2% 포인트 하락했다. 일자리를 원하는 사람들이 줄어들어 고용통계의 모집단이 축소됐기 때문에 생긴 통계상의 오류라는 지적이 있지만, 고용시장이 빠른 속도로 안정되고 있는 것만은 분명한 사실이다.
지난주 신규 실업보험 청구자수가 한주전에 비해 1만5,000명 줄어들어 5주 연속 감소세를 기록했다.
테러 후에 극도로 위축됐던 소비도 확대되고 있다. 미시건 대학이 발표하는 소비자심리지수는 지난 1월 93으로 4개월째 연속적으로 상승했다. 또 도쿄-미쓰비시 은행의 조사에 따르면 지난 1월 미국 소매체인점의 매출이 전년동기대비 5.2% 증가, 당초 예상한 증가율 3%를 크게 웃돌았다.
경기침체의 직접적 원인이었던 제조업에서도 강한 회복력을 보이고 있다. 지난 4분기 산업 재고가 1,210억 달러 규모로 급감, 전분기에 비해 2배의 빠른 속도로 재고조정이 이뤄졌다.
공장 주문도 지난 12월 1.2% 상승, 2개월 연속 증가했으며, 공급관리연구소(ISM)의 1월 제조업 지수가 49.9로 경기 확장기를 의미하는 50에 임박한 것으로 나타났다.
기업들의 살을 깎는 구조조정으로 지난 4분기 미국의 노동생산성은 경기침체와 함께 생산성이 둔화될 것이라는 이코노미스트들의 예측을 뒤엎고 전년동기대비 3.5% 상승했다.
◆ 경기 회복속도 논란
골드만 삭스는 고용시장, 산업 생산등의 지표를 감안할 경우 이미 경기가 바닥을 지났다고 주장했다. 이에 비해 도이체방크는 월간 지표들을 종합 점검할 때 바닥이 가까워지고 있다고 밝혔고, 메릴린치도 최근 보고서에서 회복이 임박했다고 진단했다.
월가에서는 경기 회복에 대한 이견이 없고, 이제는 회복이 얼마나 강한 힘으로, 또 빠른 속도로 전개될 것인지에 대한 논쟁이 활발하게 벌어지고 있다. 월가의 다수 의견은 하반기에 빠른 속도로 회복한다는 것이며, 두번의 저점이 형성되는 더블 딥 가능성(W자형 회복)도 소수 견해로 자리잡고 있다.
이중 저점 가능성은 지난 1월초 앨런 그린스펀 FRB 의장이 "재고 조정이 완료되더라도 수요가 오래 지속되지 못할 경우 경제가 다시 가라앉을 위험이 크다"고 발언하면서 불거졌다.
모건 스탠리의 이코노미스트 스티븐 로치도 과거 6번의 경기 침체 동안에 네번이나 이중 이중 저점이 형성됐다며, 이번에도 더블 딥의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다수의 월가 이코노미스트들은 이중 저점 주장에 회의적이다. 메릴린치의 경우 2분기까지 회복의 모멘텀이 약할 것이지만, 하반기에는 5%의 강한 성장세를 보여줄 것으로 전망했다.
뉴욕=김인영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