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금융통화위원회에서 기준금리 동결을 주장했던 금통위원 1인은 문우식(사진 왼쪽) 위원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로써 금통위원 중 경제성장보다 물가를 중시하는 매파와 그 반대인 비둘기파 각각 한 명이 확실히 드러나게 됐다. 앞서 지난 7월 금리 동결 때 나 홀로 인하를 주장한 정해방(오른쪽) 위원이다.
2일 한국은행이 공개한 '2014년도 제15차 금통위 의사록'에 따르면 지난달 14일 열린 금통위 본회의에서 문 위원은 "우리 경제는 세월호 영향에서 벗어나 회복세가 지속되고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며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인하하는 것에 명백히 반대의사를 표시하고 현 수준에서 유지할 것을 주장한다"고 말했다.
그는 "올 성장률 전망치가 하향 조정된 것은 세월호 사건이라는 일시적인 충격에 의한 것이기 때문에 단기적 경기부양 필요성은 약하다"고 밝혔다. 문 위원은 "미국도 기상악화라는 일시적인 충격으로 올 1·4분기 성장률이 -2.1%를 기록했지만 통화정책 기조를 유지했고 실제 2·4분기 성장률은 4%로 반등했다"며 "(이 사례가) 우리의 통화정책 방향에도 시사점을 줄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또 문 위원은 "올 10월 미국이 양적완화를 종료하면 글로벌 금리가 상승세로 돌아설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향후 금리정상화 과정에서 생길 수 있는 정책 일관성 문제도 충분히 대비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문 위원은 금리 인하의 효과에 대한 의문도 제기했다. 그는 "현재 우리 기업은 사내 유보이익은 많지만 투자를 꺼리는 상황이므로 금리 인하가 기업의 투자증가로 이어지는 것을 보장할 수 없다"고 밝혔다. 가계부문에도 다수가 순채권자이므로 금리 인하는 가계의 이자 부담 경감분보다 금융소득을 더 크게 감소시킬 수 있다고 문 위원은 지적했다. 또 "금리 인하는 가계부채 문제를 심화시킬 수 있다는 점도 잊지 말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난달 금통위는 기준금리를 연 2.25%로 15개월 만에 인하했다. 문 위원이 나 홀로 금리 동결 주장을 함에 따라 금통위원들의 성향도 보다 명확해졌다. 7월 금통위에서 나 홀로 인하를 주장한 정 위원은 비둘기파, 이번에 홀로 동결을 주장한 문 위원은 매파의 선봉장에 서게 됐다.
한편 일부 위원은 이번 달 기준금리를 지금까지의 관행인 0.25%포인트가 아닌 0.2%포인트 인하한 2.3%로 조정하는 것이 좋겠다는 견해를 제시했다. 그는 "향후 불확실성에 대비해 금리조정 여력이 필요하고 다소 완화적인 현재의 금융상황에서 추가적인 금리 인하의 효과가 제한적일 것으로 생각되며 자본유출입에 영향을 미치는 내외금리 차에 대해서도 고려할 필요가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