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 미 상무부는 지난 2·4분기중 경상수지 적자가 807억 달러에 달해 1분기에 비해 17.5% 증가함으로써 분기 사상 최고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상무부 발표가 나온 후 달러는 뉴욕 외환시장에서 105.10엔까지 떨어져, 지난 96년 5월 달러당 104.80엔 이후 40개월만에 최저(엔화로는 최고)를 기록했다. 엔화 는 로렌스 서머스 미 재무장관이 「강한 달러 정책」을 재확인한 후 106엔대로 물러났다가 엔화 매수세가 재개되면서 다시 105엔대로 올라섰다.미국의 경상수지 적자가 현재 속도대로 늘어날 경우 올 연말까지 연간 사상최대인 2,990억달러에 이르고, 이는 지난해의 2,206억 달러보다 35.5% 늘어나게 된다. 미국의 경상적자 증가는 아시아 국가들, 특히 일본이 경제위기의 돌파구로 미국에 수출 물량을 크게 늘린데다 최근 국제유가 급등으로 인한 원자재 수입가가 높아진 탓도 있다.
경상적자가 늘어남에 따라 미국 경제는 정부 및 기업의 주식과 채권을 매각해야 한다. 미국은 올해 경상적자를 메우기 위해 3,000억 달러 상당의 유가증권을 금융시장에 팔아야 하고, 이에 따라 미국의 막대한 금융자산이 외국에 넘어가야 할 형편이다. 그런데 미국의 경상적자를 메워주던 외국인 투자자들이 자금을 본국으로 회수하면 미국 금융시장은 큰 혼란을 겪게 된다. 미국 정부와 기업이 발행하는 유가증권의 가격이 하락하고, 금리가 상승하며, 미국 달러화가 하락하는 악순환이 전개되기 때문이다.
최근 일본 경제가 회복세를 타면서 일본 종합상사와 금융기관들이 미국 금융시장에 투자해 두었던 자금을 대거 회수하고 있다. 특히 상반기 결산일인 이달 30일을 앞두고 일본 기업과 은행들이 달러표시 자금을 엔화로 전환하는 경향이 높아지면서 뉴욕 증시와 채권시장을 크게 흔들고 있다.
이날 뉴욕 증시의 다우존스 지수는 120 포인트(1.09%) 하락했고, 채권시장의 기준물인 미 재무부채권 30년물은 1,000 달러당 9.1 달러 폭락했다.
뉴욕 증시와 채권시장을 아래로 끌 내리는 또다른 힘은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의 금리인하 가능성이다. 이날 미 상무부가 발표한 8월 소매판매액은 전월 대비 1.2% 증가했는데, 이는 전문가들이 전망한 0.7~0.8%보다 높은 수준이다. 미국의 경기가 아직 과열이고 중앙은행이 경기 연착륙을 위해 연말까지 금리를 한번더 올릴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뉴욕=김인영 특파원INKIM@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