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중부에 위치한 스위스는 특이한 나라다. 정밀 공업이 발전했지만 원자재는 없고 세계 1위 식품기업은 있지만 농업은 거의 전무하다. 알프스의 초원은 기실 양조차 뜯지 않는 한 서린 무용지물이다. 프랑스ㆍ독일ㆍ이탈리아에 둘러싸여 자치주 간의 신뢰로 성장한 이 나라는 공용어만 4개에 대통령도 교대로 한다. 하지만 이웃을 존중하고 상이한 가치를 포용해온 역사에 기반해 냉전시대에 정치 중립국으로 ‘가교’역할을 하며 부유국을 이뤘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본격화된 주요20개국(G20)은 기존 공업선진국 G7에 자원 대국인 신흥국들이 더해진 구조다. 이중 대한민국은 고부가가치 공업국이지만 G7은 아니고 신흥세력이지만 자원이 전무한 유일무이한 존재다. 첫 신흥국 G20이 우리나라에서 열리고 세계 각국이 유독 우리와 자유무역협정(FTA)을 맺으려 하는 데에는 이유가 있다. 전세계가 경제적 부를 기준으로 양분되는 시대에 강자와 약자의 특징을 모두 지닌 ‘경제적 중립’에 홀로 서 있기 때문이다.
실제 중국의 공정거래법은 우리의 법이 근간이다. 산업혁명 종주국부터 100여년 역사의 미국 반독점법 등을 제치고 우리 법이 채택된 이유는 50여년 만에 농경ㆍ산업ㆍ정보화 사회를 거치며 성장과 분배의 균형을 도모해온 우리 법의 역사가 같은 길을 걷는 이들의 ‘교과서’가 되기 때문. 이슬람 독재정권을 잇달아 무너뜨린 ‘재스민 혁명’의 한 배경에도 민주화 혁명의 선배인 우리가 있다. 이란ㆍ이집트 등에서 길게는 1년 가까이 방영된 드라마 ‘대장금’등은 평범한 여성이 신분ㆍ가부장제 등의 차별을 딛고 정의와 화해를 이뤄가는 이야기로 경이적인 시청률을 기록해 ‘문화 접변’의 역할을 했다.
19일 밤 헌정 이래 최초로 여성 차기 대통령이 탄생했다. 그는 부정부패와 소통불가로 대변되는 현 집권세력에 근거하지만 ‘차떼기당’의 구원투수로 등장해 ‘시집도 안 간 여자가 어찌 당대표를’이라는 시각을 딛고 ‘선거의 여왕’으로 진일보적인 이미지도 함께 심었다. 수구세력 못지않은 이전투구로 ‘차려놓은 밥상’도 먹지 못하는 현 야권보다 그와 교집합을 이루는 절반의 미래적 가치에 국민이 손을 들어준 결과다.
이웃 일본을 대신해 우리가 한류의 주역으로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게 된 것처럼 초일류국가 도약을 위해 지금 필요한 것 중 하나는 리더십의 외연 확장이다. 모쪼록 국민의 기대에 부응하는 헌신적 리더십으로 겸손한 대한민국의 위상을 세계 속에 심는 첫 대통령이 되기를 기원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