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일 삼성SDS의 삼성SNS 흡수합병 발표로 삼성그룹의 계열사 간 사업 재편작업이 한층 탄력을 받게 됐다. 이에 앞서 지난 23일에는 제일모직이 패션 사업을 오는 12월 삼성에버랜드에 넘기기로 결정했다. 불과 닷새 사이에 계열사 간 굵직한 사업 조정이 두 건이나 이뤄진 것이다.
특히 관심을 끄는 것은 사업 양수도 및 합병을 통해 덩치를 키운 삼성에버랜드와 삼성SDS가 향후 삼성그룹 지배구조 개편에서 핵심적 역할을 수행할 비상장사들이라는 점이다.
재계 일각에서는 삼성가(家) 3세들의 영역정리를 위한 후속조치들이 추가적으로 이뤄질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삼성SDS 합병으로 이재용 부회장 영향력 상승=이번 삼성SDS와 삼성SNS의 합병에 따른 최대 수혜자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다. 두 회사가 합병하면 삼성SNS의 최대주주인 이 부회장의 삼성SDS 지분율은 현재 8.81%에서 11.26%로 2.45%포인트 높아진다. 반면 삼성SDS 지분을 각각 4.18% 보유한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과 이서현 제일모직 부사장의 지분율은 합병 이후 3.90%로 낮아진다. 이건희 회장의 지분율(0.01%)은 변화가 없다. 개인주주 중에서 이 부회장의 지분율만 높아지는 것이다.
삼성가 3세가 지분을 나눠 가진 삼성SDS는 회사 측의 부인에도 불구하고 줄곧 상장 여부로 관심을 모은 회사다. 삼성SDS가 향후 주식시장에 상장할 경우 삼성 3세들은 지분 매각을 통해 현금을 확보, 계열 분리를 위한 자금으로 활용할 수 있어서다. 삼성SDS의 합병 이후 지분율을 감안하면 이 부회장은 삼성SDS가 상장할 경우 7,000억원 이상의 자금을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또 이 사장과 이 부사장도 삼성SDS가 상장하면 3,000억원대의 현금을 확보하게 된다. 업계 관계자는 "내부거래 비율이 높은 삼성SDS와 삼성SNS를 합쳐 일감몰아주기 규제를 피하기 위한 내부거래 비중 하락을 고려한 측면도 있을 것"이라며 "하지만 무엇보다 이번 합병은 삼성SDS 상장을 위한 사전 포석으로 해석된다"고 설명했다.
앞서 3남매가 모두 지분을 가진 삼성에버랜드가 23일 제일모직의 패션 사업을 인수하기로 한 것도 비슷한 맥락으로 풀이된다. 패션 사업을 품은 에버랜드의 덩치가 커지면 3세들의 지분 가치도 덩달아 상승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이 부사장은 전공 분야인 패션 사업을 자신의 지분이 없는 제일모직에서 지분 8.37%를 가진 에버랜드로 이전해 향후 에버랜드로 자리를 옮길 경우 패션 부문에 대한 지배권을 확고히 하는 효과도 기대된다.
◇향후 화학ㆍ건설 계열사 행보 관심=삼성그룹의 사업 및 지배구조 재편 작업은 이제 시작일 뿐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재계 관계자는 "승계 작업을 본격화하려면 그에 맞는 계기가 있어야 하는데 올해는 이 회장이 신경영을 선언한 지 20주년이 되는 해라는 상징성이 있어 사업 재편의 막이 오른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또 이 회장이 폐렴 증상으로 병원에 입원했다가 퇴원하는 등 건강 이상설이 불거지고 있는 점도 3세 승계 관련 사전 정지작업을 본격화한 이유로 풀이된다.
재계에서는 앞으로 삼성의 화학 및 건설 계열사의 지분 변화 및 사업 조정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화학 계열사 중 삼성석유화학은 지분 33.19%를 확보한 이 사장이 최대주주로 있다. 삼성 3세 중 화학계열사의 지분을 가진 사람은 이 사장이 유일하다. 따라서 삼성석유화학이 전자소재 전문기업으로의 변신을 선언한 제일모직이나 다른 화학계열사들과 합병하는 식으로 이 사장의 화학계열사에 대한 지배권을 확고히 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이와 함께 최근 삼성물산이 삼성엔지니어링 지분을 취득하고 있는 가운데 그룹 내 건설 계열사들의 합병 가능성도 관심을 끌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