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에스원 여성관제사 "남자 못잖은 보안요원 될터"

'12월1일 01시32분. 계약번호 12345에 침입이상 발생'보안전문회사 에스원의 서울 관제센터 모니터에 긴급 메시지가 뜨자 관제센타에는 일순 긴장감이 감돌았다. 고객의 가게 출입문을 통해 누군가 침입을 시도한 것. "○○호 차량, 계약번호 12345에 침입이상, 출동 바랍니다." 모니터를 주시하던 여성관제사 한 사람이 신속하게 출동지시를 내린다. 관제센터란 보안시스템이 설치된 현장 상황을 모니터링하다가 긴급상황 발생 때 출동 요원에게 출동 지시를 내리는 종합상황실. 실제 현장에서의 풍부한 경험을 가진 출동 요원 중에서 까다로운 기준을 통해 선발된 전문요원이 근무하는 곳이다. 여성들에게는 접근을 허락하지 않던 이 통제구역에 국내 최초로 여성관제사 3인이 입성, 남자 못지 않은 활약상을 보이고 있다. 금녀(禁女)의 영역이 무너지는 게 새로운 현상은 아니지만, 뛰어난 무술실력과 건장한 체구가 필수조건이었던 보안업계에 여성 들의 진출이 늘고 있는 것은 눈길을 잡기에 충분하다. 에스원이 보안직군에 여성 인력을 처음 뽑은 것은 지난 2000년. 경영환경이 급변하 하면서 사건ㆍ사고 발생후 긴급 대처에서 사전예방 중시로 업무방식이 바뀌었기 때문. 여기에 주택가입자의 경우 남성요원보다 여성요원의 방문을 선호한다는 점, 여성 직원 의 역량이 향상된 점 등이 국내 최초의 여성 출동요원 10명이 탄생하는 계기가 됐다. 선발 당시만 해도 이들 출동요원이 그 다음 단계인 관제사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는 사내에서도 크게 기대하지 않았다. 그러나 기대 이상의 높은 근무 성과와 서비스 만족 도 등을 보이자 회사측도 선입견을 거두고, 10명 중 실력이 우수한 3명을 선발해 관제사로 임명했다. 인형자(24)ㆍ 조은선(23)ㆍ김성애(23)씨 등이 그들이다. "원래는 체육교사가 꿈이었어요. 어릴 적부터 운동을 무척 좋아했고, 운동 감각도 뛰 어나 체육대학에 진학했습니다." 유도 2단, 태권도 초단인 인형자씨는 스쿼시ㆍ스키ㆍ스노보드 등으로 체력을 다졌다. 대학 재학 때는 아르바이트로 각종 행사의 인력경호나 안전요원으로 활동했다. 이 같은 경험이 쌓이자, 타인의 재산과 생명을 보호하는 '보안전문요원'에 꼭 도전하고 싶다는 새로운 꿈을 갖게 됐다. 처음 에스원에 지원하겠다고 했을 때 가족과 친구들의 반대가 만만치 않았다. 스포츠강사나 체육교사 등 평범한 직업을 마다하고 범인을 상대해야 하는 '위험한' 일을 하겠다는 그녀를 가족과 친구들은 이해할 수 없었다. 그러나 금녀의 직종에 처음 도전한 여성으로서 남자 이상의 몫을 해내며 회사에서 인정받자 그녀를 다시 보기 시작했다. 인씨는 1년 이상의 출동요원 경험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현장에서 출동지시를 받아 대처만 할 때보다 수만 계약처에서 수시로 올라오 는 신호를 보고 출동지시를 내리는 현재 업무가 훨씬 긴장된다고 한다. 곱상한 외모와 달리 어릴 때부터 골목대장을 자처했다는 조은선씨는 태권도와 유도 가 각각 3단, 합기도 1단으로 무술 단수만 7단이다. 활달한 성격의 김성애씨도 대학에 서 체육학을 전공했다. 자신의 적성에 비춰 좀 더 사회에 의미있는 일을 해보고 싶어 남자들도 힘들어 하는 일에 도전하게 됐다는 게 이들의 출동요원 변신에 대한 변(辯)이다. 이들 여성 관제사 3인은 '최초'라는 말을 썩 좋아하지 않는다. '최초'라고 불리기 보 다는 '최고'를 지향한다. 최고의 관제사로서 풍부한 경험을 쌓은 뒤 보안관련 분야에서 최고의 자리에 오르는 것이 이들의 꿈이다. 새로운 길을 개척해 나가는 선구자의 입장에서, 정상을 향해 도전하는 도전자의 패 기로 3인의 에스원 여성 관제사는 오늘도 꿈을 키워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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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석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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